쭈까쭈까 쭉쭉 [해오름출판기획]
쭈까쭈까 쭉쭉...할머니나 어머니가 아기를 뉘어놓고 온몸을 주물러주는 놀이. [해오름출판기획]

 

“아기 기를 때 쭈까쭈까 쭉쭉을 해주셨나요?”

“왜 있잖아요. 할머니나 어머니가 아기를 뉘어놓고 온몸을 주물러주는 놀이요.”

“아, 기저귀 갈아주거나 젖 먹이고 트림하고 난 다음에 친정엄마가 아기한테 해줬던 거요.”

“그런데 우리 집에선 ‘뼈대뼈대’라고 했는데요.”

아기 어르는 소리에 대한 강의를 할 때 ‘도리도리’나 ‘짝짜꿍’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반응이 온다.

하지만 ‘쭈까쭈까 쭉쭉’ 놀이를 했냐고 물으면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쭈까쭈까 쭉쭉 놀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데다 지역마다 노랫말이 달라서 같은 놀이라고 생각하자 못했을 수도 있다.

경기도 일대에선 ‘뼈대뼈대’ 또는 ‘뿌대뿌대’라고 했고, 진안에선 ‘하암하암’, 완도나 예천에선 ‘큰다큰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쭈까쭈까는 태어난 지 한두 달만 되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 어르는 소리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아기가 기지개를 켤 때 ‘크려고 저런다’는 어른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 아기가 크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믿었기에 그 몸짓을 부추기기 위한 놀이가 생겨났을 것이다.

노랫말에는 ‘쭉쭉’이나 ‘뼈대뼈대’처럼 말 자체에 무럭무럭 자라라는 뜻이 담기기 마련이다.

우리 부부는 이 놀이를 장모한테 배웠다. 장모는 갓난아기를 저렇게 눌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세계 눌렀다.

그럼 우리의 생각과 달리 아기는 아파하기보다 시원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아기가 그렇게 좋아하니 나와 아내도 시간만 나면 쭈까쭈까 쭉쭉을 해줬다.

“쭈까쭈까 쭉쭉/ 쭈까쭈까 쭉쭉/ 우리아기 잘 큰다/ 쭈까쭈까 쭉쭉/ 쭈까쭈까 쭉쭉.”

똑같은 놀이를 해도 아내는 나와 다른 느낌과 방식으로 했다. 마치 말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옳지 우리아기 잘 한다/ 우리아기 크려고 기지개 켜네/ 아이고 우리아기 잘도 큰다/ 쭈까쭈까 쭉쭉 쭉쭉쭉쭉쭉.”

장모님을 따라 자연스럽게 놀이를 하는 아내를 보면서 문화 전승에 대한 내 생각이 가부장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 나는 아기 어르는 소리는 친할머니로부터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모에게 놀이를 배우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가족제도를 공부하면서 조선 전기까지는 아기 어르는 소리의 전승이 외할머니에서 어머니에게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 전기까지 신랑이 신부 집에 들어가서 살았다. ‘장가 간다’는 말은 장인 집에서 산다는 말이고 ‘서방’이란 말은 그 집에서 사위가 사는 방을 일컫던 말이다.

서방님은 사위를 높이는 말이었다.

조선 전기까지 밭농사의 비중이 높아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 일하는 것보다 친정어머니, 친언니들과 일하는 것이 사회의 생산성과 복지에서 훨씬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기를 낳은 뒤 산모가 몸조리하는 데도 편했을 것이다. 당시의 풍습은 자녀를 다 키울 때까지 처갓집에 살았다.

아기가 다 자라면 처가에서 상속한 재산이 많을 땐 처갓집 주변에서 살고 친가에서 상속한 재산이 많으면 친가 주변에 거처를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율곡이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서 태어나서 다 자랄 때까지 그곳에 살았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신사임당보다 한 세대 뒤 사람인 허난설헌은 시댁에 들어가서 살았다.

허난설헌의 시집살이가 시작된 때가 1580년쯤이니 그 때부터 본격적인 시집살이가 이 나라에서 시작됐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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