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솔뫼의 다리를 90도로 하늘을 향해 세우고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나도 눌러보았다. 제법 힘을 줘 눌렀는데도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버텼다.[해오름출판기획]
아내가 솔뫼의 다리를 90도로 하늘을 향해 세우고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나도 눌러보았다. 제법 힘을 줘 눌렀는데도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버텼다.[해오름출판기획]

 

한뫼를 기를 때는 놀이를 되살려가며 함께 놀기는 했지만 육아 전체를 책임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아기의 발달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테두리를 잡아내기 어려웠고 놀이의 뜻과 속살을 깊이 살피지도 못했다.

그래서 솔뫼를 기를 때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기를 돌보기로 했다. 아내의 출산 휴가 기간에 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내가 직장에 나가면서 나 혼자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아기를 돌보게 되자 그때서야 육아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잠시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주초에는 아기를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이 힘들지 않았지만 주말이 가까워지면 나도 지쳐서 놀이하는 횟수도 줄었다.

누가 한나절이라도 아기를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아내가 아기를 함께 돌보면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기 때문에 일요일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기다리던 일요일은 마침 청명이었다. 청명은 말 그대로 맑고 푸른 절기란 뜻이다. 청명이 되면 주변이 산뜻해진다. 마당에는 풀꽃이 만발하고 목련, 앵두, 개나리 등이 활짝 피고 진다.

마당에서 이 꽃 저 꽃 보고 향기도 맡으면서 산책을 하는데 아내가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여보, 애가 발에 힘을 줘.”

방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솔뫼의 다리를 90도로 하늘을 향해 세우고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나도 눌러보았다. 제법 힘을 줘 눌렀는데도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버텼다. 한뫼를 기를 때는 그렇게 발바닥에 힘을 주는 건 알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떻게 노는지 몰랐다.

솔뫼를 기를 때는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을 할머니들한테 놀이 방법을 물어봤다. 할머니들 대부분 그 놀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어, 그때 하는 놀이 있었지, 아주 쉬워.” 하면서 불러준 노래이다.

짱짱짱짱/ 짱짱하다 짱짱해!/ 짱짱짱짱/ 짱짱하다 짱짱해!

솔뫼가 이 놀이를 아주 좋아해서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한뫼도 틈만 나면 솔뫼의 앙증맞은 다리를 세워놓고 놀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이 놀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사람의 발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봤다.

두 개의 발바닥이 우리 몸 전체 면적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라고 한다. 고작 땅에 닿는 2%의 면적으로 우리 몸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고생하는 발이지만 우린 평소 발에 대한 고마움을 별로 생각지 않는다.

심지어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발샅에 때만도 못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하찮은 것 가운데서도 가장 하찮다는 뜻을 드러낼 때 쓰는 말이다.

발을 천대했던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내 생각이 변한 것은 ‘짱짱짱’을 하면서 아기의 작고 귀여운 발이 가진 짜앰새와 쓸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발견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나처럼 생각했는지 뼈가 26개, 인대가 114개, 근육이 20개나 되는 발의 짜임새를 보고 ‘공학의 걸작품’이라고 감탄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진화 과정은 발의 진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이 그 작은 면적으로 우리 몸 전체를 지탱할 수 있어서 바로 설 수 있었고, 손이 해방돼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발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기의 발은 처음에 누구나 평발처럼 보인다. 점점 발이 커지면서 일어서고 걷기 운동을 하면서 아치 구조가 점점 더 분명해진다.

아기가 적극적으로 일어서려고 할수록 그 소중한 발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아기가 자기의 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부추겨주는 놀이가 짱짱짱이다. 옛사람들의 슬기가 새삼 고마워진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메이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