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피반령을 넘어 회인을 거쳐 보은으로 가다 보면 보은군 수한면 교암리가 나온다. ‘교암리’는 한자 그대로 ‘가르칠 교(敎)’에 ‘바위 암(岩)’자를 써 ‘가르침을 준 바위’란 뜻에서 나온 지명이름이다.
청주에서 피반령을 넘어 회인을 거쳐 보은으로 가다 보면 보은군 수한면 교암리가 나온다. ‘교암리’는 한자 그대로 ‘가르칠 교(敎)’에 ‘바위 암(岩)’자를 써 ‘가르침을 준 바위’란 뜻에서 나온 지명이름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조선시대 비운의 세조(수양대군)와 관련된 보은군의 지명유래를 알아본다. 세조는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에서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와 황보인 등 고명대신을 척살하고 친 아우인 안평대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단종 복위 사건 때는 급기야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사육신을 포함, 수많은 살상을 저질렀다. 이 때문인지 야사에는 세조가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의 혼백에 시달렸고 첫째 아들인 의경세자(덕종으로 추존)가 일찍 사망하고 둘째아들인 예종도 즉위 후 얼마 안 돼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불행을 겪었다.

이런 연유로 ‘숭유억불’ 정책을 펴던 조선시대임에도 세조는 앞서 저지른 패륜행위에 대한 원죄를 속죄하기 위해 불교에 집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조는 자신의 병이 약으로 치료할 수 없다고 판단, 부처의 힘으로 고쳐 볼 생각이었던 듯하다. 세조는 당시 전국의 명산대찰을 찾아 요양을 했고, 세조10년(1464년) 그는 보은 속리산의 법주사에 행차했다.

청주에서 피반령을 넘어 회인을 거쳐 보은으로 가다 보면 보은군 수한면 교암리가 나온다. ‘교암리’는 한자 그대로 ‘가르칠 교(敎)’에 ‘바위 암(岩)’자를 써 ‘가르침을 준 바위’란 뜻에서 나온 지명이름이다.

여기에는 세조가 속리산으로 갈 때 연(輦)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고자 주변 경관을 보다 장엄한 바위와 푸르스름한 냇물의 자태를 보고 지난날의 죄책감을 이길 수 없어 행렬을 멈추고 바위 앞에 나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비화가 있다.

다소 마음이 가벼워진 세조는 ‘하늘의 이치를 가르쳐 주는 바위’라 했고 이를 후세까지 교암리라 불렀다는 속설이다.

하지만 이 바위는 안타깝게도 1939년 국도 개설 때 폭파돼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고 마을의 이름에서만 그 때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보은군은 유독 세조와 연관된 지명이름이 많다. 보은의 명산 속리산에는 천년고찰 법주사가 위치하고 있다.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수많은 충신까지 무참히 죽인 세조는 원인 모를 피부병에 많이 시달렸다.

야사에 세조가 어린 조카 단종을 영월로 귀양을 보내 죽인 지 얼마 안 돼 꿈속에 단종의 모친이자 형수인 현덕왕후가 나타나 세조를 노려보더니 ‘내 아들을 죽였으니 네 아들도 잡아 가겠다’고 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 뒤 세조의 맏아들인 도원대군이 죽었고, 또 어느 날 현덕왕후가 꿈속에 나타나 세조를 노려보다 침을 뱉고 사라졌는데 다음날부터 침 자국이 곪기 시작해 온몸으로 퍼졌고 전국의 명의와 명약을 다 써 보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조는 전국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다 속리산 법주사에 이르렀고 복천암에 올라가는 중간에 노송이 즐비한 곳에서 맑은 물에 목욕을 하니 그토록 세조를 괴롭혔던 피부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세조가 속리산에 와서 피부병을 고친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이곳을 보은(報恩)이라 했고 세조가 목욕하던 곳을 지금의 목욕소(沐浴沼)라 불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보은군은 본래 신라의 삼년산군인데 경덕왕이 삼년군으로 고쳤고, 고려 때 보령군(保齡郡)으로 불리다 이후 한자명이 변해 보령(報令)이 됐다.

그러나 조선 전기 충남 보령(保寜)과 소리가 비슷해 혼란이 적잖았던 조정은 태종 6년(1406년)에 지방행정구역을 조정하면서 지금의 보은(報恩)으로 고쳐 불렀다.

이는 태종이 왕자(이방원)시절 일으켰던 왕자의 난으로 비명(非命)해 간 두 이복동생 방번, 방석에 대한 죄의식이 깊어 고민했는데 이곳 속리산 법주사에서 천도불사를 크게 열어 원혼을 달래 준 이후부터 죄의식을 씻을 수 있었다 해 ‘은혜를 갚았다’는 뜻의 보은으로 불리었다는 속설도 있다.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사진)은 청주 문의에서 태어나 충북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역사와 여행을 좋아했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입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지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명속의 역사산책(디자인 신화)’이란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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