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4.27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 재개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청주의 돼지’가 요즘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영호 청주시장 후보는 남북 민간교류협력사업으로 청주의 돼지 1000마리를 북으로 보내겠다는 공약을 최근 내놨다. 청주가 원조인 삼겹살 거리 서문시장과의 관광교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런데 이를 벤치마킹이라도 하듯 8일 충북 ‘돼지 몰고 나가기 운동본부’가 발족 기자회견과 함께 올 가을 추석에 돼지 500마리를 북한에 보내기 위한 모금운동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나섰다.

돼지 몰고 나가기 운동본부의 공동대표는 매주 토요일 청주상당공원에서 디아코니아 공동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청주나눔교회 김창규 목사와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손수레를 선물하고 있는 ‘희망 얼굴’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삽겹살의 원조인 청주와 다산·다복의 상징인 돼지를 남북 민간교류의 첫 마중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삽겹살은 서민들이 힘들 때 일명 ‘소주와 삽겹살’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기에 첫 교류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만일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이 계기가 돼 시작된 금강산 관광 이후 20여년 만에 ‘청주 돼지몰이 방북’이 남북 민간교류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그해 10월 정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체결했고 2008년까지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은 총 195만5951명으로 연간 최고 매출액은 3018억2200만원(2007년)이었다.

개성관광의 시작은 2007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위원장과 만나 개성·백두산관광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그해 12월부터 1년 동안 11만549명의 관광객이 개성을 다녀왔다.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모든 사업이 중단됐고 금강산·개성 관광길이 막혔고 백두산 관광은 장기간 유보돼 실제 관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대 아산은 최근 남북관계 해빙무드에 맞춰 TF팀까지 꾸려 남북관계 정상화에 따라 재개될 관광과 경협에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그룹이 북측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토대로 향후 전개될 다양한 남북사업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사업권에는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을 비롯한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청주가 원조인 ‘돼지’를 남북 민간교류의 마중물로 삼은 것은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적잖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는 이번 ‘청주 돼지 민간 교류사업’이 단순 1회성 이벤트행사가 아니라고 답했다.

금강산관광을 다녀온 수많은 관광객들은 수려한 경관 이외에 한가로이 들판을 거닐며 풀을 뜯던 깡마른 일명 ‘정주영 소’를 잊을 수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대북 경제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아 중국의 대북 송유관과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차단되면서 연료난에 시달리던 북한주민들이 무분별하게 벌채에 나선 야산이 황폐화되고 벌거숭이가 된 지 오래란 전언도 있다.

이는 먹이도 없는 북한에 ‘청주의 돼지’를 보내는 것이 과연 민간교류라 할 수 있는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청정 북한에 구제역이 횡행하던 남한의 돼지를 보낼 수 있는지 검역체계도 다시금 점검해 봐야 한다.

돼지 몰고 나가기 운동본부 조동욱 공동대표는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처럼 1회성 이벤트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사후관리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전달할 북한의 대상이나 방법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 사후관리를 위해 북측에 돼지를 보내면서 사료까지 보낸다면 이는 남북 민간교류가 아니라 북 지원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산림녹화사업’과 ‘에너지 원조사업’이 먼저란 얘기도 있다. 이것이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농축산업 교류보다 선행돼야 할 사업이란 얘기다.

그러나 북이 완전한 비핵화, 생화학무기 등 살상무기 제로(0)화를 스스로 입증하기 전까지 연료지원 등은 조심해야 할 민간교류 사업임도 잊어선 안 된다.

20년 만에 재현되는 ‘돼지몰이 방북’이 실패한 역사로 남지 않으려면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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