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 놀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손으로 아기의 눈을 가렸다가 치우면서 할 수도 있고, 엄마 아빠의 눈을 가렸다가 “까꿍” 할 수도 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얼굴을 내밀면서 할 수도 있고 커튼 뒤에 있다가 커튼을 치우면서 하는 것도 가능하다.[해오름출판기획]
까꿍 놀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손으로 아기의 눈을 가렸다가 치우면서 할 수도 있고, 엄마 아빠의 눈을 가렸다가 “까꿍” 할 수도 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얼굴을 내밀면서 할 수도 있고 커튼 뒤에 있다가 커튼을 치우면서 하는 것도 가능하다.[해오름출판기획]

 

갓난아기의 웃음은 예쁘다. 우리 아이들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는 사람이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웃음을 잠결에 가끔 보여줬다.

장모님은 아이들이 그렇게 웃으면 “아이고 우리아기 배냇짓하네.” 하며 좋아하셨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 웃음은 주변 상황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아기를 웃기려고 할 때에는 그런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그 웃음을 ‘배냇짓’이라고 부른 것은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웃음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한뫼와 솔뫼가 우리를 보면서 먼저 웃거나 우리가 웃을 때 따라 웃는 것은 태어난 지 한 달 반쯤이 지나서였다. 어느 날 저녁에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와 한뫼가 서로 마주보며 놀고 있었다. 그전에는 아기를 안고 있을 때나 젖을 먹일 때 서로 눈을 보고 있어도 어울림이 일어난다는 느낌은 약했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평소 별 관심도 보이지 않던 아기가 문을 열고 들어간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서로에게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한뫼가 나를 보고 처음으로 활짝 웃어줬기 때문이다.

그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한뫼와 내가 마음속으로 연결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눈썹을 추켜올리면서 웃기려고 하자 다시 한 번 방실방실 웃어줬다.

한뫼가 그렇게 웃으니 아기에게 다가서는 내 몸짓도 더 활기가 생겼다. 한뫼한테 가까이 갈 때마다 “까꿍”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한뫼의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서로 즐겁게 얼굴을 마주보고 놀 때 이 까꿍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한뫼와 솔뫼가 주도해서 하는 까꿍 놀이는 9개월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아기한테 다가갈 때마다 까꿍이란 말을 통해서 매 순간의 만남을 설렘과 기대로 채울 수 있었다.

까꿍 놀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손으로 아기의 눈을 가렸다가 치우면서 할 수도 있고, 엄마 아빠의 눈을 가렸다가 “까꿍” 할 수도 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얼굴을 내밀면서 할 수도 있고 커튼 뒤에 있다가 커튼을 치우면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기 뒤에 있다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면서 하는 것도 아기가 좋아하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우리는 아이 뒤에 숨었다가 “까꿍” 하는 놀이도 즐겨 했다. 솔뫼가 자랄 때는 ‘새 눈은 깜빡’이란 노래를 하면서 까꿍을 했다. 동네 할머니에게 ‘새 눈은 깜빡, 울 애기 눈은 반짝’이란 놀이를 배웠기 때문이다.

놀이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아기를 등에 없고 위아래로 추스르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아기 얼굴을 한 번 보고 ‘새 눈은 깜빡’하고 왼쪽으로 돌아보면서 ‘울 애기 눈은 반짝’이라고 한다. 앉아서 할 때는 손뼉 치고(새 눈은) 주먹 쥐고(깜빡), 손뼉치고(울 애기 눈은) 주먹을 쥐었다가 활짝 편다(반짝).

우리 집에선 까꿍 놀이가 ‘나 잡아봐라’ 놀이로 이어졌다. 아내와 내가 아이들을 쫓아가면서 “한뫼 잡아라”, “솔뫼 잡아라”라고 하면 아이들은 바짝 긴장하면서도 즐거움과 흥분이 가득 찬 표정으로 정신없이 도망쳤다.

스스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는 엄마와 아빠를 쫓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우리를 놀이 세계로 초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 잡아봐라” 하면서 도망을 쳤고 아이는 열심히 뒤쫓아 왔다. 사냥감을 쫓던 원시 시대 사냥꾼의 집중성과 긴장, 흥분이 이랬을까 싶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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