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강달강은 아기가 베개에 기대어 앉아 있을 무렵에 시작할 수 있다. 앉은 상태에서 허리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주는 놀이인데 손을 마주잡고 흔들기 때문에 목, 어깨, 팔, 몸통, 허리, 다리 등 대근육과 소근육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해오름출판기획]
들강달강은 아기가 베개에 기대어 앉아 있을 무렵에 시작할 수 있다. 앉은 상태에서 허리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주는 놀이인데 손을 마주잡고 흔들기 때문에 목, 어깨, 팔, 몸통, 허리, 다리 등 대근육과 소근육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해오름출판기획]

들강달강 서울가 밤 한 되를 팔아다가/ 살강 밑에 묻었더니/ 머리 깜은 생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문 한 톨이 남았는데/ 옹솥에 삶을까/ 가마솥에 삶을까/ 옹솥에 삶아서 조리로 건질까/ 주걱으로 건질까/ 주걱으로 건져서 껍데기는 버리고/ 알맹이는 너랑 나랑 나눠먹자/ 들강달강 들강달강/ 아이고 우리아기.

다섯 달이 되지 솔뫼에게 말을 걸면 고개를 돌리고 놀아달라고 손을 뻗었다. 누워 있을 때도 “자, 우리아기 일어날까?”하면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들강달강은 아기가 베개에 기대어 앉아 있을 무렵에 시작할 수 있다. 앉은 상태에서 허리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주는 놀이인데 손을 마주잡고 흔들기 때문에 목, 어깨, 팔, 몸통, 허리, 다리 등 대근육과 소근육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사람이 일어나서 걸으려면 몸이 모든 근육에 부드러움과 함께 힘이 붙어야 되고 통합적으로 조절돼야 하는데 들강달강은 그것을 기르는데 아주 적절한 놀이이다.

들강달강은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상식’이라고 하는 데도 있고 ‘세상세상’, ‘달궁달궁’, ‘달공달공’, ‘달랑달랑’, ‘달캉달캉’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단둥십훈에선 이 놀이를 ‘시상시상(時想時想)’이란 한자말로 풀이한다.

‘아기 몸에 우주가 있으니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뜻이라 한다.

나는 우리 토박이말 가운데 서로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드는 몸짓인 ‘시상질’, ‘달강질’에 그 말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들강달강을 할 때는 아이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해 주는 것이 좋다.

큰아이는 성격이 약간 급하고 외향적이어서 거칠게 흔들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얼굴을 마주 보면서 부드럽게 흔들어주기를 바랐다. 아기 어르는 소리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랑 가장 오래 즐겼던 놀이이기도 하다.

내가 한뫼와 놀이 나들이하는 것을 본 공동육아 교사들이 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그들과 함께 놀이,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공동육아의 기본 교육과정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과정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성미산 우리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들강달강 놀이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숨소리도 내지 않고 지켜보더니 놀이가 끝나자 하나둘 나도 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다 돌아가면서 한 번씩 들강달강을 했는데 이를 지켜본 원장 선생님이 ‘역시 선생님은 다르군요.“라고 감탄했다.

초기에 우리 어린이 집은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가 안정되지 않아 아주 힘들었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뒤 놀이 연수를 통해 아이들과 놀이할 수 있게 되면서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가 안정되고 부모들도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

들강달강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은 ‘노랫말에 왜 밤이 나올까?’였다.

김수업 선생의 ‘우리말은 서럽다(나랏말 295쪽)’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알암’은 곧 ‘알밤’이고 알밤에 ‘답다’가 결합돼 아름답다는 말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알밤을 볼 때마다 깨끗하고 예쁘고 맛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는 겨레의 문화심리와 맞닿아 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인문학자들이 아름다움을 말할 때 한자말인 ‘아름다울 미(美 )’로 풀이하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양털로 만든 옷과 양고기를 좋아해서 양이 크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이 아름다움에 담긴 뜻과 속살이란 것이다.

우리말로 된 아름다움을 한자말로 빌려서 풀이하는 것이 과연 삶에 뿌리를 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들강달강 우리 겨레의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이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서 이어져온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세대 공감이 아이들을 들강달강 놀이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 본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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