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보은읍 길상리의 길상(吉祥)은 좋은 일만 가득한 땅, 집과 마을, 나라가 안온하고 평화로운 곳, 좋은 일과 축하할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의 길상(吉祥)은 좋은 일만 가득한 땅, 집과 마을, 나라가 안온하고 평화로운 곳, 좋은 일과 축하할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최근 북한의 길주군 풍계리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24일 북한은 길주군 풍계리의 핵 실험장을 세계의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기했다. 비록 당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 맥이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풍계리의 핵 실험장 폐기는 한반도 비핵화의 첫 걸음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다행히 바로 다음날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북미회담은 예정대로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세계평화의 서막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풍계리가 자리한 길주군(吉州郡)은 발해가 망한 후 오랫동안 여진족이 차지했던 땅이었으나 고려 예종(1107년) 때 이들을 두만강 너머로 몰아내고 좋은 일이 계속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길할 길(吉)’자를 써 지명을 불러왔다.

길주군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거듭되면서 그야말로 북핵을 상징하는 지역이었으나 이제 길주군은 남북 간의 좋은 관계를 상징하는 길조(吉兆)의 의미를 담은 지명으로 기록되게 됐다.

그럼 우리지역에도 이러한 ‘길할 길(吉)’자를 사용해 지은 지명이 있을까. 충북에도 역시 길할 길(吉)자를 사용한 지명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吉祥里), 보은군 속리산의 길상봉(吉祥峰), 진천군 진천읍의 길상산(吉祥山)과 지명은 아니지만 충북 지방기념물 1호인 길상사(吉祥祠) 등이 그 예이다.

원래 길상(吉祥)이란 뜻은 좋은 징조, 좋은 일이 가득한 땅, 집과 마을, 나라가 안온하고 평화로운 곳, 좋은 일과 축하할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는 아주 오래된 지명으로 마을 입구의 지명 유래비에 의하면 백제와 신라가 이곳에 대치해 치열한 전투를 벌일 때 부처님의 힘으로 백제의 군사를 제압하기 위해 길상사(吉祥寺)라고 하는 사찰을 세웠고 이후 신라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평화롭고 좋은 일이 많기를 기원하며 지명을 길상리라 하였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이곳의 자연마을인 관동(官洞)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 해 붙여진 지명으로 공무원들이 대거 배출됐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진천군에도 길상(吉祥)이라는 지명이 쓰이고 있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김유신 장군이 태어나 태를 묻었던 산 이름이 길상산이다. 물론 지금은 김유신 장군의 태를 묻었다고 하여 태령산으로 불리고 있지만 고지도(대동여지도)에는 길상산으로 표기돼 있다.

또 이곳의 길상사(吉祥祠)는 치열했던 삼국 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끈 김유신 장군이 이곳 진천에서 태어나 자란 곳으로 사후 후손들이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이처럼 우리지역의 지명에 길(吉) 자를 사용한 지명이 유독 많은 것은 삼국시대에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고 평화로운 시대를 염원했던 민초들의 염원이 담겨 있던 것은 아닐까.

다행히 북미 회담이 재개돼 북한의 길주군과 우리 충북의 길상리 등에서의 지명이 의미하듯 남북의 좋은 징조가 지속돼 한반도에 안온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사진)은 청주 문의에서 태어나 충북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문화재보존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역사와 여행을 좋아했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입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지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명속의 역사산책(디자인 신화)’이란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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