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곤지는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쭉 펴서 왼쪽 손바닥 가운데에 댔다 떼었다 하는 놀이이다.
곤지곤지는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쭉 펴서 왼쪽 손바닥 가운데에 댔다 떼었다 하는 놀이이다.

곤지곤지 곤지곤지/ 곤지곤지 곤지곤지. 아홉 달이 되자 한뫼는 집게손가락으로 물건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만으로 물건을 잡고 꼼꼼히 살폈다. 짝짜꿍과 잼잼 놀이가 손가락의 다양한 근육과 힘줄에 대한 조절력을 길러주었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자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만으로 물건을 잡았다. 이전에는 집지 못했던 작은 물건들을 젓가락으로 집듯이 들어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기가 삼킬 만한 것을 주변에서 치워야 했다. 단추나 핀, 동전 같은 것들을 입으로 가져가서 삼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한뫼랑 곤지곤지를 했다. 곤지곤지는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쭉 펴서 왼쪽 손바닥 가운데에 댔다 떼었다 하는 놀이이다.

곤지곤지는 이어지는 노랫말이 없다. 곤지곤지라는 말과 함께 손짓만 반복되는데 왜 그럴까 궁금해서 놀이할 때 내 몸의 상태와 아이가 놀이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다른 놀이를 할 때보다 내가 훨씬 더 집중해야 했다. 한뫼도 놀이 지속 시간이 짧았고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곤지곤지가 참 어려운 몸짓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 곤지곤지는 손목, 팔, 어깨에 있는 관절까지 적어도 30개 이상의 관절과 뼈마디, 50개 이상의 근육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복잡한 몸짓이다.

아기의 발달 수준으로 그 몸짓을 따라하는 것만으로 벅찼기 때문에 노랫말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손의 진화 단계에서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활용한 집기가 가장 늦게 나타나는 것은 고고학 유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증거가 구석기 후기에 나타난 작은 돌날을 가진 석기, 무늬를 새기는 새기개이다. 돌날 석기와 새기개는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관계없이 움직일 수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손가락과 마주 볼 수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이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그 성향이 분명해지는 것은 두 살 전후가 된다.

곤지곤지를 하는 8~9개월 무렵에 그 성향이 아직 분명하지 않을 때이다. 그럼에도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게 된 자연적, 사회문화적 요인이 무엇일까?

먼저 아기의 발달 단계에서 왼쪽보다 오른쪽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자연적인 성향 같은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아기가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당연하게 오른손으로 눈이 많이 갈 것이고 눈과 손의 협응은 오른손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왼쪽 가슴으로 안고 오른손을 주로 사용해서 일하는 것도 요인이 될 수 있다. 왼쪽 가슴에 안기면 아기의 눈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오른팔을 보기 마련이니까.

가장 큰 요인은 사회문화적인 압력이었을 것이다. 아내가 왼손을 사용하면 불편하다는 말을 장모에게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이는 그분들이 도구를 사용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 왼손잡이가 불편하거나 위험했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나도 벼 베기를 할 때 왼손잡이가 옆에 있으면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되고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하게 되면 왼손에 대한 금기는 약해진다. 오늘날 서구에서 왼손잡이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나 우리 사회에서 왼손에 대한 금기가 약해지는 것은 그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단동십훈에는 곤지곤지가 한자말인 땅 곤(坤)과 땅 지(地)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땅의 이치를 본받아 음양의 조화를 이루며 덕을 쌓으라’는 뜻으로 그러한 몸짓을 가르친다는 것인데 이러한 풀이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나도 ‘곤지’가 토박이말로 어떤 뜻과 속살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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