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방리 마을 전경–이성계가 배극렴을 얻기 위해 세 번 방문했다고 해 이름붙여진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의 설화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삼방리 마을 전경–이성계가 배극렴을 얻기 위해 세 번 방문했다고 해 이름붙여진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의 설화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 6. 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오는 7월 17일까지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개혁하는데 앞장설 혁신비대위원장 인선에 들어갔다.

위기에 빠진 한국당 입장에선 참신한 혁신비대위원장을 영입, 모든 전권을 부여하고 당을 새롭게 다지는 방법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언론에서 주목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고사하고 일부 인사는 불쾌감마저 나타내고 있다. 그 만큼 한국당의 내홍이 짙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한국당은 위기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서 국민추천 방식의 혁신 비대위원장 추천 등을 포함한 인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세 번 찾아가 조아렸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말이다.

삼고초려는 인재(人材)를 얻기 위해 참을성 있게 노력하거나 마음을 쓴다는 뜻으로 중국 후한 말, 삼국 시대에 촉한의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몸소 제갈량의 초가집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던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런 삼고초려와 관련된 지명이름이 우리 고장에도 있다.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가 그곳이다. 삼방리(三訪里)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조용한 마을이다.

이 조그마한 마을이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인재를 얻기 위해 세 번이나 방문했다는 조선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서 유래된 유서 깊은 마을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려 말 이성계 일파가 공양왕의 시역사건을 일으키자 배극렴(裵克廉)은 정사에 뜻을 접고 낙향해 이곳 괴산 삼방리의 어래산(御來山)에서 은거하며 살았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서 고려의 명신들을 찾던 중 배극렴이 이곳에 은거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수 이곳을 찾았으나 배극렴이 만나 주지 않았다.

이후 이성계는 배극렴을 세 번째 찾아나서 겨우 만났고, 조선의 집권계획 등 국사를 논하고 배극렴을 얻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곳 삼방리(三訪里)는 ‘이성계가 배극렴을 얻기 위해 세 번 이곳을 찾았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또 이 삼방리 마을에 있는 어래산(御來山)은 이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임금이 산을 찾아왔다’고 해 어래산이라 불리었다.

배극렴은 조선 건국에 적극 참여, 조선의 초대 영의정이 돼 공신 중에서도 최고의 대접을 받았으나, 영의정에 오른 후 1년여 만에 세상을 떠 자신의 포부를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다. 그의 묘가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삼방리(三訪里)의 전설은 유비가 당대 최고의 인재인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고사를 차용, 이성계도 어래산(御來山)에 은거하고 있는 조선 최고의 인재인 배극렴을 세 번이나 찾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유비와 이성계를 동격으로 올려놓고자 했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바로 인근 음성군 소이면 금고리(金古里)에도 이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금고리는 금정리(金井里)와 삼고리(三古里)가 합쳐서 만들어진 지명이다. 삼고리는 원래 삼고십리(三顧十里)에서 만들어진 지명으로 이성계가 삼방리로 가기 위해 이곳을 세 번 돌아보고 갔다고 하여 유래된 지명이다.

이성계가 이곳을 방문했다는 역사적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 삼고초려와 관련된 많은 지명이 분명 조선 초 핵심적 인물이 이곳을 방문해 배극렴과 같은 역량 있는 인물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한국당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참신하고 비전있는 인물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 겸손함의 낮은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사진)은 청주 문의에서 태어나 충북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문화재보존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역사와 여행을 좋아했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입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지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명속의 역사산책(디자인 신화)’이란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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