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부모를 가장 즐겁고 흥분되게 하는 장면은 무엇보다 운동 발달이다. 특히 대근육 운동이 그렇다. 대근육 운동은 목 가누기, 몸 뒤집기, 배밀이, 앉기, 기기, 서기, 걷기 등 몸통과 팔다리의 큰 근육들을 이용하는 운동을 말한다.[해오름출판기획]
아기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부모를 가장 즐겁고 흥분되게 하는 장면은 무엇보다 운동 발달이다. 특히 대근육 운동이 그렇다. 대근육 운동은 목 가누기, 몸 뒤집기, 배밀이, 앉기, 기기, 서기, 걷기 등 몸통과 팔다리의 큰 근육들을 이용하는 운동을 말한다.[해오름출판기획]

 

한뫼가 태어난 지 두 달이 좀 지난 어느 날, 아내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애 좀 봐. 가슴을 들었어, 쳐다보는 눈이 엄청 예뻐!”

한 달이 더 지나자 아기는 팔뚝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더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내가 앞으로 간다’란 의지가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이처럼 아기가 자라나면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부모를 가장 즐겁고 흥분되게 하는 장면은 무엇보다 운동 발달이다.

특히 대근육 운동이 그렇다. 대근육 운동은 목 가누기, 몸 뒤집기, 배밀이, 앉기, 기기, 서기, 걷기 등 몸통과 팔다리의 큰 근육들을 이용하는 운동을 말한다.

그러한 몸짓의 바뀜과 조절 과정은 인지, 정서, 자기발달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하다. 대근육 운동은 누워 있던 아기가 고개를 들어 올리려고 애쓰는 몸짓부터 시작된다.

뒤집어주면 가슴을 바닥에서 떼고서 앞을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목을 들고 앞을 바라보는 몸짓은 운동 발달에 아주 중요하다. 목을 들지 않고서는 눈과 손이 협응할 수 없어 기어 다니거나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을 든 다음에 한뫼와 솔뫼가 도전한 것은 몸 뒤집기였다. 온몸을 버둥거리면서 발로 공중을 비스듬하게 차는 몸짓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러한 몸짓은 척추를 회전시켜 몸의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옮길 수 있도록 근육의 유연성과 힘을 기르는 것이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한뫼가 몸을 뒤집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약간은 으스대는 듯한 표정으로 활짝 웃던 그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뫼와 솔뫼는 새로운 운동 단계를 성취할 때마다 자부심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 보세요!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시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운동 발달 단계에 올라설 때마다 표정이 분명해지면서 눈이 빛나고 더 똘똘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런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웃어주면 육아에 지쳐 있다가도 힘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감동하게 된다. 그 작은 승리와 공감적 경험이 우리 부부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얼마가 지나자 팔과 다리 힘을 이용해서 앞뒤로 흔들더니 앞으로 기기 시작했다. 한뫼는 배밀이를 하지 않고 팔다리를 이용해서 기기를 시작했다.

이와 달리 솔뫼는 두 팔로 버티면서 배밀이를 오랫동안 한 다음에야 무릎을 세워서 기었다. 문제는 처형이 걷기 연습을 하라고 사준 보행기였다. 그 이름과 달리 보행기는 아기가 걷기에 도움이 되는 기구 같지는 않았다.

걷기 위해선 근육의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길러야 하는데 그것은 아기가 충분히 기어 다닐 때만 얻을 수 있는 효과이다. 그런데 실제 보행기의 용도는 다른 것이다.

한뫼가 기어 다니면서 여기저기 위험한 물건을 만지자 아내는 자꾸 보행기 위에 얹혀놓으려고 했다. 보행기에 앉아서 멍하니 엄마, 아빠를 쳐다보는 한뫼를 보다 못해 보행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봤다.

보행기는 처음부터 아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집안일이나 밭일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구였다. 유럽의 주거환경도 보행기를 탄생시킨 배경을 이뤘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의 시골집 바닥은 흙을 다져 만들었다고 한다. 차가운 땅바닥은 아기 건강에 나빴을 뿐만 아니라 아기 옷에 흙이 많이 묻었기 때문에 엄마들은 아기가 기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자신도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면서 바로 보행기를 치웠다. 우리의 온돌 문화에서 아기가 방바닥을 기는 것은 아기의 발달을 위해서도 좋을 뿐 아니라 위생상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뫼와 솔뫼는 방바닥에서 배밀이, 앞으로 기기, 뒤로 기기 등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아기에게 긴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길이다. 가는 곳마다 다른 장면, 다른 물건이 있어 마음껏 탐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른 아이들처럼 한뫼와 솔뫼도 힘든 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기어 다녔다. 그렇게 기어서 어떤 물건 앞에 가면 ‘이것 만져도 돼?’ 하는 표정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열심히 길 때 불러주는 노래가 ‘야야 잘도 긴다’이다.

야야 잘도 긴다/ 우리 강아지 잘도 긴다/ 야야 잘도 긴다/ 두꺼비보다 잘도 긴다.

아기 앞에서 눈을 맞추고 이 노래를 불러주면 활짝 웃으면서 더 신나게 기었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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