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태어난 지 열 달쯤 되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생겼다. 한뫼가 의자를 향해 기어가더니 붙잡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자랑스럽게 가족들을 쳐다보면서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아내가 “이제 섬마섬마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더니 아이를 벽 가까이 세워놓고 “섬마섬마 섬마 우리애기 용타.”하면서 손을 놓았다.[해오름출판기획]
그런데 태어난 지 열 달쯤 되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생겼다. 한뫼가 의자를 향해 기어가더니 붙잡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자랑스럽게 가족들을 쳐다보면서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아내가 “이제 섬마섬마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더니 아이를 벽 가까이 세워놓고 “섬마섬마 섬마 우리애기 용타.”하면서 손을 놓았다.[해오름출판기획]

[아이키우는 아빠 문재현 소장의 육아슬기-20]태어난 지 여덟 달이 지나자 한뫼는 뒤에 베개를 받쳐주지 않아도 앉을 수 있었다. 혼자 놀 수 있는 힘도 생겨서 엄마와 아빠가 한두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어도 예전처럼 방해하지 않았다. 가끔가다 이름을 불러주고 말은 걸어줘야 했다.

어느 날 나무토막 몇 개를 주변에 놓아뒀더니 눈을 반짝이며 기어갔다. 나무 조각 앞에서 잠시 나를 쳐다봤다.

“아빠, 나 새로운 것을 발견했어요. 이것 만져도 돼요?” 하는 눈빛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나무 조각을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그러다 기분이 나쁘면 갖고 있던 것을 집어던졌다.

물건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예의 없어 보이는 그 모습을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한뫼도 배우는 힘을 타고 났다. 주변을 탐색하고 배우려고 하는 모습은 태어난 지 몇 주도 안돼서 시작됐다. 스스로 손을 뻗어서 사람과 물건을 잡게 되면서부터는 무엇이든 잡으려 했다.

기어 다니면서부터는 사람 관계든 물건에 대한 것이든 자기 스스로 기어 다니면서부터는 사람 관계든 물건에 대한 것이든 자기 스스로 탐색하고 소통하려고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우린 오랫동안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아이에게 1차적인 놀이는 상호작용 놀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물놀이는 사회적 상호작용 놀이로부터 딸려 나온 2차적인 놀이였던 것이다.

여덟 달이 되자 일어서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내가 의자에 앉아 있거나 상을 펴고 책을 읽으면 손으로 의자와 상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다.

여러 번 실패를 하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견했다. 저렇게 스스로 일어나려는 시도는 그것이 가능한 몸 구조가 갖춰지기 때문이란 것도 그때 알았다.

어른들의 척추 뼈를 보면 목뼈와 허리뼈는 뒤로 굽어 있고 등뼈는 앞으로 굽어 있는 S자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엄마 뱃속의 태아를 보면 C자 형태로 등뼈만이 앞으로 굽어 있다. 이런 자세에선 목도 허리도 모두 앞으로 구부러진 자세 밖에 취할 수 없다.

아기가 3개월쯤에 목을 들 수 있는 것은 그때가 돼야 목뼈가 뒤로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7~8개월 무렵부터 일어서려고 하는 것도 허리뼈가 구부러지는 몸 구조의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이 바뀌는 과정이 몇 달에 걸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솔뫼와 한뫼가 일어서려는 시도 역시 몇 달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 부모가 가져야 할 것은 인내심이다. 안타깝다고 해서 안아 올리는 것은 아이가 가진 내적 동기를 없애고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뫼와 솔뫼는 시도 때도 없이 계단이나 의자 위로 기어오르고 일어서려고 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기어오르는 시늉을 했다.

일어서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 수만 년, 수십만 년의 시간을 통해서 이룩한 성취인데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선 1년 안팎의 시간을 통해 이뤄지니 저렇게 절실하고 자발적인 욕구와 동기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그런데 태어난 지 열 달쯤 되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생겼다. 한뫼가 의자를 향해 기어가더니 붙잡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자랑스럽게 가족들을 쳐다보면서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아내가 “이제 섬마섬마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더니 아이를 벽 가까이 세워놓고 “섬마섬마 섬마 우리애기 용타.”하면서 손을 놓았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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