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의 군사로 3만의 왜적을 물리친 시대의 명장이 잠든 곳

▥5000의 군사로 20만의 당군을 물리친 안시성싸움 연상케 해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묘가 있었다 해 붙여진 충주시 살미면 무릉리 일원은 현재 대부분 충주댐에 수몰돼 낚시꾼만이 찾아 장군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묘가 있었다 해 붙여진 충주시 살미면 무릉리 일원은 현재 대부분 충주댐에 수몰돼 낚시꾼만이 찾아 장군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안시성’(安市城)이 관객 400만명을 돌파하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5000여명에 불과한 고구려군이 당나라 20만 대군을 막아낸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동아시아 역사상 이만큼 위대한 전투는 없을 것이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성주 양만춘은 솔선수범해 직접 성곽을 정비하고 군사들을 격려하는 리더십으로 안시성을 지켜낸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중의 한명이다.

그의 부장이었던 대중상(걸걸중상)의 아들 대조영은 훗날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패하고 멸망(668년)하자 현재의 만주 동부지역에 중심을 두고 남쪽으로 한반도 북부지역, 북쪽으로 흑룡강, 서쪽으로 요동, 동쪽으로 동해안에 이르는 발해란 나라를 세우게 된다.

‘해동성국’이라 불리던 발해는 신당서에 전성기의 영토가 사방 5000리에 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지금의 중국, 러시아, 북한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규합해 발해란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데는 그를 양아들처럼 아꼈던 양만춘이란 걸출한 고구려 장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시대의 또다른 영웅 양만춘 장군의 이야기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야사로 전해지고 있다.

시대를 뛰어 넘어 안시성 전투를 생각나게 하는 또 하나의 전투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3대 대첩 가운데 하나로 약 3800명의 조선군사가 약 3만여명의 왜적을 맞아 다양한 전술로 적을 격퇴시킨 진주성 대첩이 그것이다.

이 진주성 대첩에서도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김시민 장군이다. 그의 활약으로 호남으로 진출하려던 왜적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조선의 관군과 의병에게 자신감을 북돋워 줘 임진왜란의 승부를 반전시키게 된다.

이처럼 위대한 ‘시대의 명장’ 김시민 장군을 기리는 지명이 남아 있다. 경남혁신도시가 위치한 진주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1개의 공기업이 입주해 인구유입과 함께 새로운 발전 동력에 힘을 얻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곳 중심의 행정지명은 충무공동(忠武公洞)이다. 충무공하면 통상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지만 우리 역사상 충무공의 시호(諡號:왕이나 사대부의 사후 공덕을 찬양해 추중하는 호)를 받은 인물은 9명에 달한다. 그중 이곳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의 시호도 충무공이다. 경남혁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진주성에서 가까운 이곳을 김시민 장군을 기리기 위해 2013년 충무공동으로 명명했다.

김시민 장군은 당시 진주성 전투의 승리로 경상우도병마사로 영전했으나 전투 마지막 날 적군의 탄환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얼마 후 숨을 거뒀다.

이후 김시민의 시신은 선친의 숨결이 남아있는 충북 괴산에 묻혔다가 뒤에 충주 살미면 무릉리 건지산 언덕으로 이장됐다.

1978년 정화사업 때 그 묘소를 충북 중원군 살미면 무릉리에서 손자 대부터 거주한 현재의 괴산읍 능촌리로 이장하면서 묘소 아래에 새로이 충민사를 짓고 단독으로 제향, 현재에 이른다.

김시민 장군이 한때 묻혔던 충주시 살미면 무릉리는 김시민 장군의 묘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즉 무인(武人)의 능(陵)이 있다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시대의 영웅은 갔지만 김시민 장군의 충절이 여기저기 남아 지명으로 나마 전해지는 것은 장군의 얼을 기리는 측면에선 다행이다.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사진)은 청주 문의에서 태어나 충북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문화재보존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청주시 지명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어릴 때부터 역사와 여행을 좋아했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입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지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명속의 역사산책(디자인 신화)’이란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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