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상으로 힘참 발걸음…걸음마 걸음마
[21]세상으로 힘참 발걸음…걸음마 걸음마
  • 충북메이커스
  • 승인 2018.10.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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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솔뫼가 섬마섬마를 해내자 아내는 빨리 걸음마를 시키고 싶은 마음에 틈만 나면 ‘걸음마 걸음마’를 하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을 쳤다.[해오름출판기획]
솔뫼가 섬마섬마를 해내자 아내는 빨리 걸음마를 시키고 싶은 마음에 틈만 나면 ‘걸음마 걸음마’를 하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을 쳤다.[해오름출판기획]

솔뫼가 섬마섬마를 해내자 아내는 빨리 걸음마를 시키고 싶은 마음에 틈만 나면 ‘걸음마 걸음마’를 하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을 쳤다.

걸음마 연습이 시작된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걸음마 연습이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한다. 걸음마 연습이 의미가 있으려면 뇌 운동 영역의 흥분이 근육에 전달돼야 한다.

그 흥분을 전달하는 것이 ‘피질 척수로’인데 열 달쯤에는 피질 척수로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걸음마 연습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뇌의 운동 영역과 피질 척수로가 걸음마 훈련으로 더 빨리 성숙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걸음마와 관련된 또 다른 측면, 근육의 강화, 평형감각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발달에는 적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가 싫어하거나 전혀 시도할 마음이 없는데 억지로 연습을 시키면 아이한테 좋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겠지만 다행히 한뫼와 솔뫼는 엄마와 하는 걸음마 연습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면서 방바닥에 주저앉더니 며칠 지나자 엄마를 따라서 앞으로 걸었다. 걸음마를 할 때마다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갖고 손뼉을 치며 부추겨주니 마냥 신이 난 얼굴이다.

한뫼도 틈만 나면 “나도 해볼게.” 하면서 동생 손을 잡고 걸음마를 시켰다.

아기의 발달 가운데 운동 발달은 가족 모두를 흥분시키지만 그 가운데 걸음마만큼 가족 전체를 뜨겁게 달구는 사건도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의 깊은 뿌리로부터 나오는 반응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선다는 것은 인간이 현재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다른 동물과 사람의 차이점을 말할 때 바로 서는 것과 함께 큰 머리, 곧 지능과 말, 도구의 사용을 든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은 바로 서는 것이다.

인류고고학에 의하면 사람의 원시 조상이 설 수 있게 된 것은 400~500만 년 전 일이다. 도구는 200만~250만년쯤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인원과 확실히 구분되는 큰 머리를 갖게 된 것은 100만 년 전이고 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50만년을 절대 넘을 수가 없으니 인간 진화에 관한 중요한 이정표들은 바로 서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람들이 누구나 아이가 일어서려고 하는 모습, 아장아장 걷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그 몸짓이 갖는 뜻과 속살을 무의식적으로 공휴하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적으로 봐도 마찬가지이다. 아기 어르는 소리를 살펴보면 일어서고 걸을 수 있는 근육을 발달시키는 놀이가 많다. 쭈까쭈까, 짱짱하다 짱짱해, 불무불무야, 섬마섬마, 꼬누꼬누, 걸음마 걸음마, 질라래비 훨훨 등이 다리 힘과 근육을 길러주는 높이이다.

이러한 놀이를 하면서 가족들은 아이가 일어서고 걷는 과정을 설렘과 기대, 기쁨과 놀라움으로 함께한다. 오랫동안 온 가족이 일어서서 걷기를 함께 기대해 왔으니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온 가족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걸음마 걸음마’ 노래를 하면서 걸음마를 시키다가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중요한 걸음마에 겨레의 꿈과 소망이 담긴 노랫말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성에 사시는 고을출 할머니를 찾아갔다. 경로당에 계셨는데 마침 할머니들 십여 명이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걸음마 할 때 어떻게 하셨어요? 그냥, 걸음마만 하셨나요?” “나는 ‘걸음마 걸음마 불무 딱딱 와라, 걸음마 걸음마 불무 딱딱 와라’라고 했지”

옆에 계신 할머니도 한마디 하셨다. “나는 ‘걸음마 걸음마 우리얘기 잘한다. 걸음마 걸음마 아장아장 잘 걷는다’라고 했는걸.”

“그럼 그보다 좀 더 긴 노랫말로 하신 것은 없었나요?” “글쎄…어, 생각나네.”

걸음마 걸음마/ 우리 아기 걸음마/ 한발짝이 금이냐/ 두발짝이 금이냐/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은을 준들 너를 사랴/ 걸음마 걸음마/ 우리애기 걸음마.

그렇게 배운 걸음마 노래를 한뫼에게 불러줬더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걸음마 걸음마만 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겨운 분위기가 살아났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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