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뫼와 솔뫼는 두 돌쯤 됐을 때 똥오줌을 가릴 수 있었다. 요즘도 억지로 배변훈련이란 것을 하다가 변기에 가까이 가는 것도 싫어하고 야뇨증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는데 꼬부랑 할머니와 단지팔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해오름출판기획]
한뫼와 솔뫼는 두 돌쯤 됐을 때 똥오줌을 가릴 수 있었다. 요즘도 억지로 배변훈련이란 것을 하다가 변기에 가까이 가는 것도 싫어하고 야뇨증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는데 꼬부랑 할머니와 단지팔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해오름출판기획]

나이를 먹을수록 잊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또렷이 살아오는 어렸을 적 삶의 장면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아련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마음속 그림을 갖고 있다. 수북하게 쌓인 목화다래 앞에서 들려주시던 아버지의 옛날이야기, 추석날 배나무 앞 큰 마당에서 마을 누나가 이끌던 강강술래, 마실갔던 어머니가 집에 돌아오며 들려주시던 삼태성 이야기.

아기를 기르면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떠오른 또 하나의 장면은 어머니가 막내 동생에게 꼬부랑 할머니를 들려주시던 모습이었다.

내가 살던 집은 초가집이었고 집 서쪽으로 소를 기르던 외양간과 돼지우리, 그 옆으로 화장실과 퇴비를 만들던 두엄탕이 있었다.

막내 동생이 두 돌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똥이 마려우면 얼굴을 찡그렸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가 두엄탕 앞으로 데리고 가서 들려주시던 노래가 꼬부랑 할머니였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치마를 입고/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나무에 올라가서/ 꼬부랑 똥을 누니까/ 꼬부랑 개가/ 꼬부랑 꼬부랑 올라와서/ 꼬부랑 똥을 먹으니까/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강아지를/ 꼬부랑 지방이로 탁 하고 때려주니/ 꼬부랑 강아지가/ 꼬부랑 깨갱 꼬부랑 깨갱/ 내 똥 먹고 천년 살지/ 내 똥 먹고 만년 사나/ 하면서 꼬부랑 꼬부랑 도망가 버렸네.

막내 동생은 꼬부랑 할머니 노래가 끝났을 때쯤 되면 똥을 다 누고 기분 좋은 얼굴로 어머니를 보았다.

나는 한뫼와 솔뫼가 기저귀를 차지 않으려고 할 때부터 변기 위에 앉혀놓고 꼬부랑 할머니 노래를 불러줬다.

그 효과는 아주 좋았다. 지금도 똥오줌 가리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아내가 하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당신이 한뫼하고 솔뫼가 변기 위에 앉는 것을 즐겁게 만들었던 것 같애. 애들이 꼬부랑 노래를 부르면 함께 꼬부랑꼬부랑 소리를 하면서 힘을 줬고 보통은 노래를 부르면 함께 꼬부랑꼬부랑 소리를 하면서 힘을 주었고 보통은 노래를 다 부르기 전에 똥을 누고 아주 기분 좋은 얼굴로 웃었던 기억이 나거든….”

똥오줌 가리기를 할 때 빠른 아이는 12~18달이면 가리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18~36달이 돼야 가린다. 전통 사회에선 아이들이 스스로 가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줬지 억지로 훈련을 시키려 하지 않았다.

단지 팔기는 가족들이 저녁을 먹고 다 모여 있을 때 많이 했다. 막내 동생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막내 동생을 허리 뒤로 가로 업고서 노래를 불렀다.

아버지, 똥단지 사려 똥단지 사려/ 큰누나, 그 못생긴 단지 얼마요?/ 아버지, 100원입니다/ 큰누나, 왜 그렇게 비싸요? 10원만해요/ 아버지, 네 좋아요.(큰 누나에게 들이민다.)/ 큰누나, 아이고 똥냄새야, 이 똥 냄새가 왜 이래. 냄새가 고약해서 안사요.

그러면 등에 가로로 업힌 막내 동생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퇴짜를 맞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 웃었다. 온 가족이 왁자지껄 웃는 분위기 속에서 똥단지 팔기는 두세 번 이어졌다.

큰누님도 나서고 어떤 때는 나도 나섰다. 한뫼와 솔뫼 똥오줌 가리기를 할 때는 나보다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단지 팔기 놀이를 했다.

왜 그런지 까닭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재밌잖아. 어렸을 때 많이 했거든. 내가 여섯, 일곱 살이 될 때까지도 이모 삼촌들이 해줬던 기억이 나. 그리고 막내 동생이 어렸을 때도 단지 팔기 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고 형제끼리 놀 때도 이 놀이를 했어.”

한뫼와 솔뫼는 두 돌쯤 됐을 때 똥오줌을 가릴 수 있었다. 요즘도 억지로 배변훈련이란 것을 하다가 변기에 가까이 가는 것도 싫어하고 야뇨증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는데 꼬부랑 할머니와 단지팔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메이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