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 갓난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 삼촌, 고모 등이 놀이 친구가 된다. 조금 더 자라면 형, 언니, 누나들이 골목에서 놀 때 참견하고 기웃거리면서 놀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사방치기 놀이. [해오름출판기획]
우리 문화에서 갓난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 삼촌, 고모 등이 놀이 친구가 된다. 조금 더 자라면 형, 언니, 누나들이 골목에서 놀 때 참견하고 기웃거리면서 놀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사방치기 놀이. [해오름출판기획]

우리 문화에서 갓난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 삼촌, 고모 등이 놀이 친구가 된다.

조금 더 자라면 형, 언니, 누나들이 골목에서 놀 때 참견하고 기웃거리면서 놀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열 살 가량이 되면 또래들이랑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바꾸면서 놀았다. 모두가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놀이는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공유하고 전승하는 문화였다.

이러한 전승 과정이 거의 끊어져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언니, 오빠, 형들이 동생들을 놀이 세계로 이끌어줄 힘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전통 놀이를 모른 채로 교구, 컴퓨터, 스마트폰을 갖고 게임을 한다.

이러한 게임을 하면 관계와 소통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쉽게 피곤해진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이를 할 때 사람들이 갖는 서로 이어졌다는 느낌, 살아 있음을 함께 나누는 깊고 강렬한 기쁨을 경험할 수 없다.

놀이 상실을 경험한 세대는 십 대를 넘어 이십 대까지도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십 대 중반 이상의 어른들이 놀이 문화를 새로운 세대에서 이어주려는 의지와 실천을 갖지 않으면 놀이를 살릴 방법이 없다.

놀이의 기능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분위기, 인식, 경험들이 전승되려면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 우리가 잘 놀았던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힘이었다. 골목에 가면 항상 놀이하는 언니, 오빠, 형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언니들의 놀이를 구경하고 혼자 연습하면서 놀이에 대한 내적 동기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었다.

조금 지나면 깍두기로 참여하면서 언니들이 놀이하면서 규칙을 만들고 갈등 상황에서 서로 협상하고 조절하는 모습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놀이라는 공통문화 기반을 바탕으로 내가 신나게 놀고 나의 신명이 공통문화 기반이 가진 힘을 더 활성화시키는 그 되먹임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

이러한 모습이 마을마다 골목마다 펼쳐졌으니 참으로 위대한 복지 체계이며 교육제도였다. 지금 정부가 모든 마을과 학교에 놀이 전문가를 배치한다고 한들 그런 효과를 과연 되살릴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도와주려면 부모들이 신나게 놀이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면서 아이들을 초대하는 것이 놀이를 살리고 아이들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갖고 논다. 표정, 몸짓, 걷기, 뛰기, 말, 모든 것이 놀이의 자료이다. 지금가지 이야기해 온 놀이뿐만 아니라 삶에 관한 모든 것이 놀이였다. 아기 어르는 소리는 그렇게 삶의 모든 것을 놀이로 만드는 길이었다.

생각해 보면 한뫼와 솔뫼가 가장 즐기던 놀이는 ‘어부바’였다. 자지러지게 울다가도 어부바를 하면 금방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발을 까딱거리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했다. 어부바의 기원은 어미의 털이 사라지는 호모 에렉투스 시기인 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털이 사라졌을 때 인류가 아기를 옮기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이 안기와 업기였다. 이 방법은 이동을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어른과의 지속적인 접촉, 흔들림, 안정감을 통해서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해줬다.

털이 사라진 얼굴은 표정이 다양해졌고, 서로 마주 보거나 같은 방향을 보는 등 시선을 공유하면서 사물과 사건에 대한 공동주의 집중이 가능해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모와 아이가 서로 손을 내밀고 유대감을 공유하는 것이 놀이이다. 혼자 하면 취미가 되지만 함께 하면 문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문화는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아기 어르는 소리라는 문화적 자치를 마련해 놓았다.

공동체의 오랜 역사가 빚어낸 위대한 문화유산인 아기 어르는 소리의 힘으로 우리 부부는 두 아이와 즐겁고 깊고 두텁게 마음을 이을 수 있었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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