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인재를 얻기 위해 건넜다는 충주의 요도천은 왕이 건넌 하천답게 도도히 흐르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인재를 얻기 위해 건넜다는 충주의 요도천은 왕이 건넌 하천답게 도도히 흐르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3기 신도시를 발표한바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남양주 왕숙지구이다.

왕숙지구는 면적이 1134만㎡(옛 343만평)로 3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크게 개발될 예정이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왕숙지구는 이 지역의 대표적 하천인 왕숙천이 흐르고 있어 따온 이름이다. 왕숙천(王宿川)을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왕(王)이 숙박(宿)하던 곳, 머물던 곳이란 뜻이다.

왕숙(王宿)이란 이름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과 관련된 유래가 널리 알려져 있다.

태종이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자 태조는 매우 상심하여 함흥으로 잠적해 버린다. 이에 태종은 왕위계승의 정당성 확보를 위하여 차사(差使 : 중요한 임무 수행을 위해 임명된 임시벼슬)를 보내 부친이 돌아오도록 백방 노력했으나, 태조는 모두 거절을 하고 심지어 차사들을 모두 죽여 버린다.

이 때 만들어진 말이 ‘함흥차사’이다. 심부름을 보냈는데 소식이 없거나 소식이 더딜 때 비유하는 말이다.

태종은 궁리를 거듭한 끝에 태조의 사부라 할 수 있는 ‘무학대사’를 보내어 겨우 태조를 환궁시킬 수 있도록 마음을 돌린다.

이때 태조가 한양으로 돌아오는 도중, 지금의 남양주시 진접면 팔야리에서 여덟 밤을 자고 갔다 하여 이 마을 이름이 여덟배미 또는 팔야리(八夜里)라 부르게 되었다.

이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이 자고 갔다'는 의미로 왕숙천(王宿川)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지역에도 태조 이성계와 관련해 유래되고 있는 하천이 많다. 충주시 서쪽 음성군 수레의 산에서 발원하여 충주의 서쪽 지역을 흘러내려와 달천에 합류하는 하천이 요도천(堯渡川)이다.

요도천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임금(堯 임금 요)이 건넌(渡 건널 도) 하천이라는 뜻이다. 그럼 이 하천을 어떤 왕이 건넜을지 궁금해진다. 그 왕은 바로 조선의 창업군주 태조 이성계이다.

일전에 괴산 불정면 삼방리(三訪里)를 소개한 바 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최초의 영의정 배극렴을 국정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세 번(三)이나 방문(訪)했던 곳이라 해 붙여진 이름이 삼방리이다.

이곳을 찾기 위해 이성계가 건넌 하천 이름이 바로 요도천이다. 괴산군 불정면의 삼방리 외에도 충주시 주덕읍 삼청리에도 “삼방(三訪)” 마을이 있다.

삼청리가 삼방(三訪) 마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지명임은 물론이다. 이곳 삼방 마을의 마을유래비에도 이성계가 이곳을 세 번 방문해 유래된 지명이라고 적혀 있다.

결국 요도천을 건너면 충주시 주덕읍 삼청리에 ‘삼방’마을이 있고, 이 삼방마을에서 남측으로 우뚝 선 산이 어래산(御來山, 임금이 왔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이 산을 넘어서면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이다. 이처럼 동일 지역에 요도천을 건너 삼방마을이 있고, 이 마을 앞산이 어래산이며, 산을 넘으면 삼방리가 위치하고 있어 이들 지명이 태조 이성계가 배극렴이란 신하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 했다’는 전설을 추정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충주시 요도천이 흐르고 있는 대소원면에 ‘바이오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돼 인접한 충주기업도시 첨단산업단지 등과 함께 충주지역의 중요한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낳고 있다.

이렇게 남양주의 왕숙천과 충주시의 요도천이 이성계가 남긴 사연으로 생겨난 지명이란 공통점과 동시에 두 곳 모두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이 우연치고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사진)은 청주 문의에서 태어나 충북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문화재보존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청주시 지명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어릴 때부터 역사와 여행을 좋아했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입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지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명속의 역사산책(디자인 신화)’이란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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