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 하면 떠오르는 것이 놀이이다. 세시풍속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면 절반 이상의 공이 놀이에 있을 것이다. 설날 윷놀이, 대보름의 줄다리기, 석전,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삼월 삼짇날의 화전놀이, 단오의 씨름과 그네, 유둣날의 물맞이, 백중의 씨름, 추석의 강강술래, 거북놀이는 마치 나날이 바뀌어가는 밤하늘의 별처럼 세시풍속을 수놓는다.
세시풍속 하면 떠오르는 것이 놀이이다. 세시풍속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면 절반 이상의 공이 놀이에 있을 것이다. 설날 윷놀이, 대보름의 줄다리기, 석전,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삼월 삼짇날의 화전놀이, 단오의 씨름과 그네, 유둣날의 물맞이, 백중의 씨름, 추석의 강강술래, 거북놀이는 마치 나날이 바뀌어가는 밤하늘의 별처럼 세시풍속을 수놓는다.

[충북메이커스-문재현의 별자리 이야기2.]지금도 단오 무렵이면 마을에 떡을 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단오에 먹는 떡은 쑥떡이다. 쑥 냄새나는 절편이나 인절미를 몇 개씩 받아들고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웠다.

매년 그러한 과정을 반복했으니 그 분위기가 몸에 새겨지고 그 맛도 입에 박혔다. 그래서 단오 무렵이 되면 쑥떡이 생각나는 것이다. 나와 같은 세대라면 대부분 이러한 감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마을에서 만든 쑥떡과 함께 흰 절편을 먹으면서 왜 쑥떡이 더 차지고 쫄깃쫄깃한 맛이 나는지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 어른들에게 물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야 쑥에 난 털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T자 모양의 쑥의 털들이 서로 엉키면서 생겨나는 것이 쫄깃쫄깃한 차진 맛이었다.

쑥이 그렇게 잎을 세운 것은 잎 뒷면을 바깥쪽으로 내밀면서 방사냉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쑥 냄새도 벌레와 균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성분이다. 쑥을 말려서 약초로 사용하고 모깃불로도 썼던 것은 일종의 경험 과학이었다.

여름이 본격화 되는 시기에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쑥의 약효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쑥떡이란 명절 음식을 만들어냈다. 그 음식을 모두 함께 먹음으로써 우리는 감각과 인식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됐다.

어디 단오뿐인가. 모든 명절은 맛과 냄새로 기억된다. 설날의 떡국, 대보름의 약밥과 부럼, 나물밥, 삼월 삼짇날의 진달래화전, 단옷날의 쑥떡, 유둣날의 수단과 유두국수, 추석의 송편, 중양의 국화전, 동지의 팥죽은 각기 다른 계절감각과 맛을 갖고 내 몸에 깊이 새겨져 있다. 아니 우리 겨레의 몸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명절 음식을 싫다고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 항상 배고프다가 명절이 되면 충분히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가족, 친구, 이웃 사람들이 함께 나눠 먹으니 그 분위기 때문이라도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 맛, 냄새와 함께 세시풍속 하면 떠오르는 것이 놀이이다. 세시풍속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면 절반 이상의 공이 놀이에 있을 것이다.

설날 윷놀이, 대보름의 줄다리기, 석전,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삼월 삼짇날의 화전놀이, 단오의 씨름과 그네, 유둣날의 물맞이, 백중의 씨름, 추석의 강강술래, 거북놀이는 마치 나날이 바뀌어가는 밤하늘의 별처럼 세시풍속을 수놓는다.

모든 세시의 의례와 노이는 천체의 운행을 모방한다. 별자리와 명절, 놀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숫자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동양에선 예로부터 홀수를 남성의 수, 짝수를 여성의 수라고 보았다.

서양도 마찬가지로 피타고라스는 홀수는 하늘의 성질을 가진 남성의 수, 짝수는 땅의 성질을 가진 여성의 수라 했다.

천문학적으로 홀수는 해와 관련된 숫자이고 짝수는 달과 관련된 숫자이다. 이러한 상징체계가 역법에 적용되면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날에 성스러운 날, 생명력이 넘치는 날이란 뜻과 속살이 부여된다. 양이 겹친 날이라고 해서 중앙절이라고도 한다.

수리체계의 상징성에 관한 문화 전통이 강한 중국과 해 신앙이 강한 일본에선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이 중요한 명절이고 보름 문화의 전통은 약하다.

이와 달리 달 신앙이 강했던 우리나라는 달과 관련된 명절, 곧 보름 명절이 발달하고 해와 관련된 명절은 약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 견줘 수리체계의 상징성이 약했던 한국에선 보름명절이 짝수 달뿐만 아니라 홀수 달에도 있다.

홀수 달 보름명절은 나중에 중국 역법의 영향을 받거나 벼농사가 중요해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삼한시기 이전까지는 짝수 달 보름명절이 더 중했을 것이다. 유월 유두와 팔월 한가위는 물론 고구려의 동맹과 동예의 무천, 마한의 시월제는 10월 보름, 부여의 영고는 12월 보름에 진행딘 축제이다.

그러다 삼국시대에 중국의 역법을 받아들이면서 기존 태음태양력의 1월 1일이 한해의 시작이 됐다. 하지만 정월 초하루는 문화적 뿌리가 약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조회나 관리들의 휴가가 중심이 된 명절이었을 것이다.

대다수 민중들의 나라굿의 여러 문화 요소들을 정월 보름날로 옮겨 큰 명절로 삼았을 것이다. 칠월 백중은 불교의 우란분절(불교에서 지옥에 떨어진 조상을 위해 재를 올리는 날)의 영향과 그 시기가 논매기가 끝나 벼농사에서 일종의 매듭을 짓는 시기였기 때문에 부각된 명절이다.

밭농사가 아니라 벼농사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커진 명절인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한 해에 한 달 간격으로 배열돼 있는 세시풍속을 통해 함께 놀았다. 혼자 노는 것이 아니라 신과 함께,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 놀았다.

천체의 운행과 관련된 공유된 신화가 있고, 그 신화를 축제를 통해 반복함으로써 인식과 감각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해와 달, 별은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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