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놀이 저 놀이 하다가 한가위 달이 뜨자 한 누나가 강강술래를 하자고 했다. 노래와 놀이 방법을 간단하게 배운 다음 손을 맞잡고 빙빙 돌았다. 강강술래를 구성하는 여러 놀이 가운데 강강술래 원무만 했는데도 모두가 신이 났다. (달집태우기)
이 놀이 저 놀이 하다가 한가위 달이 뜨자 한 누나가 강강술래를 하자고 했다. 노래와 놀이 방법을 간단하게 배운 다음 손을 맞잡고 빙빙 돌았다. 강강술래를 구성하는 여러 놀이 가운데 강강술래 원무만 했는데도 모두가 신이 났다. (달집태우기)

[충북메이커스=문재현의 별자리이야기-4.]우리 마을 한가운데 작은 언덕에는 큰 배나무가 있었다. 그 앞으로 너른 마당이 있고 담이 없는 주변의 몇 집 마당까지 더하면 자치기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마을 안에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운동장에 가서 노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물가에서 노는 여름을 빼놓고는 그 마당이 아이들이 가장 많이 노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했던 많은 놀이 가운데 내 기억에 또렷하게 살아 있는 것이 강강술래이다.

이 놀이 저 놀이 하다가 한가위 달이 뜨자 한 누나가 강강술래를 하자고 했다. 노래와 놀이 방법을 간단하게 배운 다음 손을 맞잡고 빙빙 돌았다. 강강술래를 구성하는 여러 놀이 가운데 강강술래 원무만 했는데도 모두가 신이 났다.

강강술래를 몸으로 배우고 그 기원과 원리를 공부하면서 우리 충북지방에도 여성 중심의 대동놀이가 있었는지 조사해봤다. 그것이 원시 시대로부터 비롯된 춤이라면 모든 공동체가 공유한 춤이었을 것이고 우리 충북지역에서도 당연히 연행됐을 것이다.

그래서 충북 시·군을 답사하면서 할머니들에게 어렸을 적 대동놀이 경험을 물었더니 충북 영동군에서 ‘너리기펀지기’ 놀이가 있었음을 알았다. 너리기펀지기는 강강술래처럼 다채롭고 우아하지는 않지만 아주 활달한 놀이였다.

노래하는 방식도 달라 선 소리꾼이 먼저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을 따라 부르는 선후창의 강강술래와 달리 모두가 동시에 부르는 제창 방식이 바로 ‘너리기펀지기’였다. 경상도 ‘월월이청청’은 노랫말을 서로 주고받는 교환창이 특징이라니 지역마다 놀이 노래도 제각각인 듯 하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찾아보니 강강술래는 평야나 해변, 섬 지역에서 했던 대동놀이이다. 비교적 마을이 큰 평야지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권력관계에 의해 선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모든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선후창이 발달한 듯싶다.

논이 적고 밭이 많아 자작농이 많은 곳에선 서로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월월이청청’과 같은 교환창이 유행했고, 충북 영동군과 같이 화전이 중심이고 놀 사람도 적은 데다가 사회적 기능이 분화되지 않은 지역은 모두가 평등하게 함께 부르는 제창이 유행했다.

강강술래든 너리기펀지기든 달이 뜰 때 놀아야 제 맛이 난다. 둘 다 달춤이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 동해바다에 보름달이 떠오를 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달을 맞이하는 달봉재로 간다. 달봉재에서 마을 한가운데 있는 당나무(신목)까지 양쪽 능선을 따라 편을 나눠 30m 간격으로 몇 명씩 늘어선다.

드디어 보름달이 뜨며 마을 이장의 신호에 따라 양편이 경쟁적으로 달봉을 던지면서 마을로 내려온다. 달봉은 길이 60㎝, 지름 6㎝ 크기의 참나무로 만든 방망이다. 30m 간격으로 늘어선 것은 성인 남자의 힘으로 달봉을 던질 때 날아가는 평균거리이기 때문이다.

달봉놀이를 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달의 생생력을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에게 옮기려는 놀이란 것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동놀이의 연구자인 한양명이 주장한 것처럼 이 놀이에는 두 개의 달이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그 생생력을 옮겨 담은 달, 달봉이 있는 것이다. 이제 막 떠오르는, 그래서 싱싱하고 힘 있는 달의 생생력을 동신과 결합시킴으로써 마을 전체의 안녕과 풍요 다산을 보장받게 된다. 이쯤되면 한국의 명절이나 마을굿의 근간이 달 노래, 달 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전통문화는 달의 장단을 따르고 있다. 해와 별 역시 우리의 시간 의식과 생활양식에 영항을 줬지만 우리 문화의 시간과 심리 구조 속에서 달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명절을 보더라도 달의 주기를 반영하는 보름이 압도적이다.

정월 대보름, 유월 유두, 칠월 백중, 팔월 추석 등등. 보름날에 명절이 많은 것은 그때가 달의 생생력이 정점에 달한 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달맞이와 소원 빌기, 달집태우기, 달봉 던지기 등은 모두 달의 생생력을 공동체가 받아들이기 위한 의례이다.

정월 대보름은 세시에 진행되는 한국 전통놀이 대다수가 이때에 거행될 정도로 세시풍속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이는 옛날 정월 대보름이 지금의 정월 초하루와 같은 역할을 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 고대문화는 태음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태음태양력이 들어오면서 가족과 국가의 시작의례는 정월 초하루로, 마을과 지역공동체의 시작의례는 정월 대보름으로 분리됐을 것이다.

우리와 달리 중국과 일본은 해와 관련된 의례인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등 양수가 두 번 반독되는 중앙절이 중요한 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는 보름주기와 관련된 명절은 칠월 보름밖에 없다. 이 조차도 불교 행사인 우란분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같은 중국 역법을 바탕으로 해서 명절체계가 형성됐는데 이러한 차이가 생긴 것은 일본에선 달신인 츠쿠요미보다 해신 아마테라스에 대한 신앙이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에서도 우주관과 세계관, 인생관, 생활습속이 형성되는 데 해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

고대 게르만과 켈트족의 가장 중요한 명절이 동지제와 하지제이다. 예수의 탄생일이라고 하는 크리스마스는 동지제가 변형된 것이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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