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봄이 시작되어 나무들이 분주해 질 즈음 사람도 분주해 집니다. 곤궁하던 시절이면 더 그렇겠습니다만 지금도 사람은 건강을 위해 나무들이 얼어붙은 땅에서 끌어올린 수액을 마십니다. 입춘에서 춘분 무렵까지가 고로쇠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받아내는 고로쇠수액의 채취시기이니 말입니다.
입춘, 봄이 시작되어 나무들이 분주해 질 즈음 사람도 분주해 집니다. 곤궁하던 시절이면 더 그렇겠습니다만 지금도 사람은 건강을 위해 나무들이 얼어붙은 땅에서 끌어올린 수액을 마십니다. 입춘에서 춘분 무렵까지가 고로쇠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받아내는 고로쇠수액의 채취시기이니 말입니다.
고로쇠 수액 채취가 끝나면 이어 다래나무 수액을 채취합니다. 다래나무 줄기에 작은 구멍을 내고 유출기를 연결해 뽑기도 하고 아예 나무줄기를 잘라서 나오는 수액을 받기도 합니다.
고로쇠 수액 채취가 끝나면 이어 다래나무 수액을 채취합니다. 다래나무 줄기에 작은 구멍을 내고 유출기를 연결해 뽑기도 하고 아예 나무줄기를 잘라서 나오는 수액을 받기도 합니다.

처음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나뭇잎 때문이었습니다. 나무가 뿌리에서 끌어 올린 물을나뭇잎에서 햇빛과 작용해 당분을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설탕물을 만든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과 햇빛으로 아무것도 없는 무형의 무기질을 현실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유기질로 만들어내는 엄청난 역사가 감동스러웠고 신기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뭇잎 하나하나는 태양광의 패널 한조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태양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고 이 에너지로 전기를 전환시키는 일이 비슷해 보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움직임이 필요하고 이 운동을 위해선 당분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열을 발생시키고 열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렇게 만들어진 나뭇잎과 줄기, 뿌리가 다른 생물체의 먹이가 되고 불(열)이 되고, 자양분이 되어 이 세상을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수십억년 된 나무와 풀이 지금의 세상을 창조한 원동력이자 원천이었던 겁니다. 세상은 생산자인 식물과 소비자인 동물로 크게 나뉘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눈이 채 녹지 않고 얼어붙은 개울 안으로만 물이 졸졸 흐르는 시점, 입춘을 전후해 갯버들을 비롯한 버드나무 종류들은 이미 줄기부터 푸른색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사람의 말로 ‘물이 오른다’고 하지요. 겨우내 매말라 있던 가지에 물이 오르면 나무는 다시 한해를 시작하는 잎만들기를 준비합니다. 잎이 있어야 광합성을 하고 줄기와 뿌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생명체든 살아가는 첫 번째 목표는 ‘생존’입니다. 최선을 다해 물을 끌어올리고 잎을 만들어 태양 빛을 받아내고 광합성을 시작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그때 옆에서 자라나는 다른 나무들과 생존을 위한 햇빛경쟁을 하게 되는 거지요.

입춘, 봄이 시작되어 나무들이 분주해 질 즈음 사람도 분주해 집니다. 곤궁하던 시절이면 더 그렇겠습니다만 지금도 사람은 건강을 위해 나무들이 얼어붙은 땅에서 끌어올린 수액을 마십니다. 입춘에서 춘분 무렵까지가 고로쇠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받아내는 고로쇠수액의 채취시기이니 말입니다.

식품가공적성정보센터에서 2016년 8월 발표한 국내 고로쇠수액산업 동향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액 총 생산량은 689만ℓ 이며, 생산액은 148억원이라고 합니다. 고로쇠나무 수액의 경우 당, 아미노산, 무기물, 지방산 등의 영양소를 2~3% 정도 함유해 혈중 칼슘농도의 항상성 유지효과에 의해 골다공증 개선효과, 백혈구 면역세포의 생육을 증가시켜 면역증진 활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찜질방에서 PT병째 땀흘려가며 마시는 고로쇠 수액 맛은 달달합니다.

고로쇠 수액 채취가 끝나면 이어 다래나무 수액을 채취합니다. 다래나무 줄기에 작은 구멍을 내고 유출기를 연결해 뽑기도 하고 아예 나무줄기를 잘라서 나오는 수액을 받기도 합니다. 다래나무채취가 끝나는 절기상 곡우 즈음에 자작나무수액을 채취하게 되는 거지요.

이 외에도 신나무, 거제수나무와 대나무 등의 수액도 채취합니다. 나무별로는 자작나무과의 자작나무와 거제수나무가 있고,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와 신나무 등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국기 문양으로 활용되는 설탕단풍나무는 고로쇠나무와 같은 종(種)입니다.

캐나다의 설탕단풍나무는 한해 약 2500만ℓ의 수액을 채취하여 전 세계 생산량 80% 이상의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연간 2000억 달러 정도의 수출액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단풍나무과의 나무들이 생각보다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때 간에 좋다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벌나무도 단풍나무과의 산겨릅나무입니다. 수액 채취는 주로 전라권과 경상권에서 가장 많은 생산과 판매를 합니다.

위치적으로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고로쇠 수액채취가 많이 이뤄지며 수액유통구조는 소비자 직판이 거의 90%가까이 되고 도매와 농협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직판 중심이란 것은 수액 수입의 대부분을 농가가 직접 갖고 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나름 산골 사는 사람들에게는 쏠쏠한 수익원이 되는 것입니다.

나무의 수액은 종류마다 다른 성분을 갖고 있습니다. 침엽수의 수액은 상처부위에 응고돼 나무를 보호합니다. 활용되는 나무들의 크기에 따라 수액을 너무 많이 받으면 여름 또는 이듬해 고사하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입춘이 되면 봄의 문에 들어선다고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는 입춘이 되면 고로쇠 수확을, 경칩에는 다래수액을, 그리고 곡우에는 자작나무 수액 채취를 산림경영의 사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요.

봄과 여름내 광합성을 하던 나뭇잎은 겨울을 나기 위해 애써 무성하게 이뤘던 자신의 옷을 훌훌 벗어버립니다. 날이 차가워지고 해 길이가 짧아지면 나무는 일단 잎의 수분공급을 차단합니다. 물론 잎에서 만들어져 줄기로 이동시켜내던 영양분의 제공도 거부하게 됩니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푸르던 나뭇잎은 노랗거나 빨갛게 말라가면서 가벼워집니다. 그리고는 이내 낙옆으로 낙화하게 되지요. 떨어진 나뭇잎의 잎자루 끝은 마치 칼날로 잘라놓은 듯 예리합니다. 나뭇잎이 떨어져 나간자리를 ‘떨켜’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수분을 차단해 나뭇잎이 떨어지도록 자국을 남깁니다.

나무가 다음해 봄을 예비하는 모습은 단호하지만 수십억년 간 생존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에도 감동을 받습니다. 떨어진 나뭇잎은 거름으로 마지막 남겨두었던 양분을 윤회하듯 다른 나무들에게 전달하게 되는 거지요. 이 가운데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또 상생과 공존을 하게 되는 겁니다.

언젠가 단풍나무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한반도는 사실 단풍나무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천이 과정 중 극상림이 되는 지점에 살아남는 나무 중의 하나도 단풍나무고, 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가을이 절정에 이를 때 복자기, 신나무, 중국단풍, 홍단풍, 당단풍이며 수많은 단풍들의 붉게 물든 산하, 천상계의 절정을 보게 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입춘이 오면 지리산 골짜기로 고로쇠 수액을 맛보러 갈 것인지 안타까움의 마음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어김없이 생명이 움트는 올해의 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무는 나무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숲 해설가·전 충북도의원은 성남고와 충북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에서 산림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한국청년연합회(KYC) 공동대표와 민화협 청년위원장, 산남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 충북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근식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변인, 제9대, 10대 재선 충북도의원을 지내고 지난해 6.13지방선거 민주당 청주시장예비후보로 활약했다. 최근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저서로 '나는 지방의원이다', '이광희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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