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녀본 문학관 중에서 관광지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 김유정의 생가터와 문학관 그리고 김유정 역이 있는 김유정마을입니다. 이곳 역시 생강나무꽃 피는 이맘때 가볼만합니다.
그동안 다녀본 문학관 중에서 관광지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 김유정의 생가터와 문학관 그리고 김유정 역이 있는 김유정마을입니다. 이곳 역시 생강나무꽃 피는 이맘때 가볼만합니다.
매년 하늘아래 첫 꽃 축제는 광양의 매화축제부터 시작됩니다.[뉴스1]
매년 하늘아래 첫 꽃 축제는 광양의 매화축제부터 시작됩니다.[뉴스1]

[충북메이커스=이광희의 나무인문학-9.]아파트 양지쪽 이른 매화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숲에서 물가로 이동하고, 겨우내 얼어있었던 나무에 움이 트기 시작합니다. 햇살 많은 곳에는 이미 봄까치꽃이며 냉이꽃이 만개합니다. 초봄이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나무 꽃은 회양목입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꿀벌들의 소란스러움과 진한 향기로 작은 떨기나무 회양목이 어쩌면 한 해에 한 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때입니다. 저 멀리 남쪽에서부터 꽃 축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바다건너 제주도에선 이미 유채꽃축제가 한창입니다. 매년 하늘아래 첫 꽃 축제는 광양의 매화축제부터 시작됩니다.

올해는 전년도보다 일주일쯤 빠른 3월 8일부터 17일까지 ‘매화꽃 천국, 여기는 광양’이란 슬로건으로 백운산자락 섬진강변 약 33만㎡의 매화 군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환상적인 장관을 이룹니다. 매화꽃을 보기위해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게 하는 남도 대표축제입니다.

오래전 영화 서편제에서 매화마을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 이후 입소문으로만 알음알음 확인하던 매화마을은 벌써 21년째 매화축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8년 광양매화축제는 일주일동안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523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먹거리타운과 숙박업소 등의 매출이 평균 30%이상 많게는 100%까지 증가하고, 인근 옥룡사지를 비롯해 광양읍 서천변 불고기타운과 망덕포구, 이순신대교 먹거리타운의 매출역시 증가합니다.

섬진강가 30만평의 매화가 물결처럼 흐르고 바람이 불면 꽃비가 내리듯 몽롱한 이상향의 세상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매화마을 산책로와 청매실농원의 장독대를 배경으로 흐드러진 매화향에 흠뻑 젖는 하늘아래 첫 꽃 축제 올해는 꼭 한번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매화축제가 끝나자마자 곧이어 구례군의 산수유 축제가 3월 16일부터 24일까지 산동면 일대 산수유 군락지에서 개최됩니다. 어제의 분홍 매실꽃에 이어 이번에는 노란 산수유가 세상을 온통 노란 꽃 세상으로 바꿉니다.

2018년 산수유축제는 50만명의 사람들이 눈 덮인 지리산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져있는 해발 200~500m의 일교차 심한 산수유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몇백년씩 묵은 산수유나무들이 만개하며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합니다.

전통적으로 산수유 농사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작업은 수확한 열매에서 씨를 발라내는 ‘제핵(際核)작업’으로 주로 아이들과 아낙네들이 도맡아서 했답니다. 어려서부터 산동의 처녀들은 산수유열매를 입에 넣고 앞니로 씨와 과육을 분리해 앞니가 많이 닳아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도 산동처녀는 쉽게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산수유군락지 일원에선 산수유를 이용해 산수유차, 술, 효소를 담그는 음식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한약제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던 산수유는 지리산골 작은 산골마을의 주 수입원이었던 셈입니다.

1999년도에 처음 개최된 ‘구례 산수유꽃축제’는 2017년 전남의 대표축제에서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봄꽃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 2014년 구례산수유농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 3호로 지정받으면서 역사성과 보전가치성을 인정받았고, 축제를 통해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산수유는 개화기간이 길어 축제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꽃을 피우고 있어 축제가 지난 후 조금 늦더라도 산수유 꽃놀이는 가능합니다. 산수유와 비슷해서 일반사람들은 구별하기 어려운 생강나무도 같은 시기에 꽃을 피웁니다.

잎에서 생강냄새가 난다는 생강나무는 주로 산속에 흔한 꽃이라 일부러 심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강원도 춘천 김유정마을에는 문학관을 비롯한 마을 곳곳에 생강나무를 심어 관광객들을 유혹합니다.

김유정의 대표작 ‘동백꽃’에서 점순이와 겹쳐 쓰러진 동백꽃(여기에서의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의 지역명으로 춘천 인근에선 ‘동박꽃’이라 불린다) 속으로 푹 파묻히면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는 장면을 상상토록 한 것입니다.

그동안 다녀본 문학관 중에서 관광지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 김유정의 생가터와 문학관 그리고 김유정 역이 있는 김유정마을입니다. 이곳 역시 생강나무꽃 피는 이맘때 가볼만합니다.

이어지는 봄꽃축제는 충북 괴산군의 쌍곡리 ‘미선나무꽃 축제’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립니다. 아주 작은 축제입니다만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1속 1종이 희귀식물로 괴산 등 전국 5곳의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습니다.

개나리처럼 생겼는데 하얀꽃과 진한 향기가 매력적입니다. 미선나무가 발견된 것은 20세기초 일본인들이 한국의 자생식물을 조사하면서 확인되었습니다.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식물이었기에 당시에 관심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1924년 미국의 아놀드 식물원에 보내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34년에는 영국 큐(Kew) 식물원을 통하여 유럽에도 소개됐다고 합니다. 마침 올해가 미선나무 학계 발표 100주년 되는 해라고 합니다.

비교적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 기왕의 우리나라 자생꽃으로 널리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품종을 개량해 개화기간도 늘리고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연구해 특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선나무꽃 축제’ 즈음인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충북 옥천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묘목시장이 열리는 ‘옥천묘목축제’가 열립니다. 2005년부터 벌써 20회를 맞는 묘목축제는 200여 종의 과수와 조경수 묘목을 축제 기간 내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한 3, 4년 앵두나무와 뜰보리수 묘목을 사다가 두꺼비 생태공원 곳곳과 우리 아파트에 심어 놓았습니다. 어린이들이 지나다 따먹는 재미를 맛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옥천묘목축제에는 6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전국의 묘목 생산과 유통이 집중된 옥천 묘목은 전국 유통량의 70%, 생산량의 40%에 달하며 전국 유일의 묘목특구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옥천묘목이 유명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2001년과 2005년에 북한 남포시와 개성공단에 묘목 6만1000여 그루를 보냈으며 그중 70%정도가 지금도 잘 자라주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논의되고 있는 이즈음 옥천의 묘목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중입니다.

봄꽃축제의 여왕은 역시 벚꽃축제입니다. 전국 어느 곳이나 4월 초부터 벚꽃축제가 열립니다만 가장먼저는 ‘제주왕벚꽃축제’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립니다. 제주도 전농로와 애월에서 열리는 제주왕벚꽃축제는 왕벚나무 가로수길과 차 없는 거리운영으로 야간관람이 좋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각지의 왕벚나무는 대체로 일본에서 다양한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품종으로 ‘소메이요시노’란 일본 벚나무입니다. 1939년 식물학자인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란 학자가 제주도의 벚나무를 조사해 일본 벚나무의 부모는 제주도에서 자라는 왕벚나무라고 학계에 보고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학자들은 이에 반박하는 다양한 학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우리가 심고 즐기는 대부분의 품종은 일본 왕벚나무입니다. 그나마 박상진 박사는 ‘한국 제주도 기원설(우리나무의 세계2)’에 대해 ‘2007년 미국 농무성에 의뢰한 유전자 분석결과 한국의 왕벚나무는 고유의 종으로 일본 벚나무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확인받은 것을 밝힌바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의 왕벚꽃축제를 시작으로 4월 1일에는 벚꽃축제로는 가장 유명한 진해 군항제가 경남 진해 일대에서 열리고, 이어 전국 각지의 벚꽃축제가 남쪽부터 시작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과 나무 축제가 시작됩니다. 살면서 기억에 남는 만개한 꽃 사이에서 찍은 사진 한 장씩 간직하실 겁니다. 올해도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네요.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숲 해설가·전 충북도의원은 성남고와 충북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에서 산림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한국청년연합회(KYC) 공동대표와 민화협 청년위원장, 산남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 충북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근식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변인, 제9대, 10대 재선 충북도의원을 지내고 지난해 6.13지방선거 민주당 청주시장예비후보로 활약했다. 최근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저서로 '나는 지방의원이다', '이광희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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