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참나무과 나무들이 있는 거지요.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참나무입니다. 그 중 밤나무도 참나무 종류입니다. 중부지역에는 여섯 종의 참나무들이 있고,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는 가시나무 종류의 상록 참나무들도 존재합니다.[이광희]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참나무과 나무들이 있는 거지요.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참나무입니다. 그 중 밤나무도 참나무 종류입니다. 중부지역에는 여섯 종의 참나무들이 있고,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는 가시나무 종류의 상록 참나무들도 존재합니다.[이광희]
충북도가 문화재청의 ‘2019년 문화재 활용사업’ 공모에서 ‘보은 정이품송으로 마실가자!’ 등 16건이 선정돼 7억12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충북도가 문화재청의 ‘2019년 문화재 활용사업’ 공모에서 ‘보은 정이품송으로 마실가자!’ 등 16건이 선정돼 7억12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충북메이커스DB]

[충북메이커스=이광희의 나무인문학-10.]몇 년 전 환경단체 활동가와 나무 배틀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가 소나무인지 참나무인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격돌의 장이었는데 환경단체 활동가 대상 교육을 좀 더 재미있게 해보자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산림청은 2년에 한 번씩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수종을 조사 발표하곤 했는데 늘 당연하게도 소나무가 압도적인 다수로 1위를 유지했습니다. 결과가 늘 같아서인지 지금은 이 조사발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와 배틀을 벌이게 된 환경단체 활동가는 소나무가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저는 참나무가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끝나고 나면 참가한 활동가들이 자기 의견을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애초 게임도 안 될 정도로 소나무가 우세한 가운데 결과 역시 소나무가 더 많은 선택을 받게 되었지만 다행이도 표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었습니다. 나름 선방한 셈이죠. 오늘은 이 배틀의 내용 일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소나무에 대한 변호부터 시작합니다. 소나무는 대한민국의 대표 나무입니다. ‘솔’은 으뜸이라는 의미입니다. 나무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해 왔던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존재했습니다. 독야청청 한겨울에도 푸른 기상은 불의와 타협치 않는 기풍을 의미하며, 역사가 생긴 이래 오래전부터 수많은 문인들과 지식인들의 그림과 글 속에서 전승돼오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사람들에게 굶주리던 시절에는 껍질과 솔잎을 내주었고, 보릿고개 넘어갈 즈음에는 송화 가루로 다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판옥선과 거북선의 주재료로 나라를 지키는 나무였으며,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 건물의 대부분과 주요 건물들, 사찰들의 재목이기도 했습니다.

온돌의 땔감으로도 소나무가 활용되었으며 우리네 건축사, 생활사의 주재료도 소나무였습니다. 조선시대 수백년 묵어 껍질이 누렇게 된 소나무의 벌채를 금하는 황장금표를 수백여 곳에 지정하여 보호토록 했습니다.

세조의 어가에 가지를 들어 올려 정2품의 벼슬을 받은 속리산의 정이품송도, 몇 년 전 태풍에 의해 쓰러져 사라진 천연기념물중 가장 나이가 많아 ‘왕소나무’라 불리웠던 괴산 삼송리 소나무도 충북지역 자랑스러운 소나무의 기품을 보여줬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선구자들은 만주벌판 일송정 푸른 솔과 함께 늙어갔으며, 여전히 우리네 사람들의 기상과 얼을 상징합니다. 당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참나무 이야기는 당시 발표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담은 글을 그대로 소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 흘러 참나무를 위한 변호를 그 시간처럼 간절하게 해내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발표를 앞둔 어느 날 참나무의 심경을 적었던 글입니다.

“조선 500년 ‘잡목’이란 이름으로 살아야 했다. 소나무 숲 황장금표는 나머지 모든 나무들에게 아궁이 불쏘시개로 쓸 수 있다는 ‘허용’의 약속, 참나무로 살아간다는 것은 잡목으로 낙인찍힌 굴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 신라의 경주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천년고도 지켜가던 기반에는 참나무 숯 연료로 활용됐던 역사가 있었다. 임진왜란 왜적의 함대에 맞섰던 판옥선의 뱃머리 튼튼한 나무는 흉년들어 주린 배 채워주던 구휼작물 도토리를 내어주던 참나무가 있었다.

여전히 버섯 키워 내고, 비옥한 숲 지켜내는 아름드리 참나무가 있다. 소나무가 내뿜는 타감 물질에 다른 나무와 풀들은 자라나지 못했다. 덮어버린 하늘, 양수 소나무의 그늘에서 숨죽이며 성장을 꿈꾸었던 참나무, 신갈나무는 진달래나 철쭉 같은 줄기를 흉내 내며 살아남아야 했다.

키 경쟁하던 소나무 잎 벗어나기 시작하면, 민중들의 봉기처럼 혁명적 천이 고대하던 하늘 향해 넓은 가지와 잎을 활짝 펼친다. 그리하여, 소나무를 높은 바위틈으로 밀어내고 새 세상, 참나무의 나라를 세운다.

산불에도 견디며, 수피를 잘라내 굴피집의 지붕으로 삼는다 해도 굴참나무는 살아남았다. 떡 상하지 않게 감싸주는 떡갈나무, 신발깔창으로 쓴다는 신갈나무, 묵 맛 가장 좋다는 졸참나무, 커다란 잎사귀 자랑하는 갈참나무, 임금님 수라상 도토리묵으로 올려 졌다는 상수리까지 참나무들이다.

영국, 가난과 폭정에 시달리던 평민들의 영웅 로빈훗이 살던 참나무 숲, 프랑스 고급와인 담아두는 오크통 역시 참나무, 로마병과의 오랜 전쟁으로 결국 승리하던 켈트족 숨어살던 참나무 숲, 평평한 그들의 삼림 역시 바늘잎나무 보다는 참나무 숲이었다.

양치식물 몰아내고 오랜 세상 지배하던 바늘잎나무 나자식물류의 땅에서 피자 식물 넓은잎나무 대표선수 참나무가 도전했고 그들의 세상을 열었다. 민초들처럼 음수로 살아남아 세상을 호령하는 참나무의 기상이 자랑스럽다.

여전히 소나무는 간벌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나무 숲 50%(퍼센트)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참나무 억샌 생명력 천이에 대한 믿음, 민초들이 결국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당시 글 내용은 환경운동가들의 정서를 민중의 처지와 입장에서 설득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약자의 변호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치열한 삶과 고난의 시절을 투영시키면서 풀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참나무과 나무들이 있는 거지요.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참나무입니다. 그 중 밤나무도 참나무 종류입니다. 중부지역에는 여섯 종의 참나무들이 있고,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는 가시나무 종류의 상록 참나무들도 존재합니다.

아주 오랜 시간부터 요긴하게 활용되다보니 오래된 참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유럽 여행 갔다가 마을어귀 줄지어 서있는 100년쯤 된 참나무들을 보면서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우리도 스웨덴처럼 120년쯤 되어야 목재로 쓸만하다는 근사한 참나무 숲을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도시의 가로수로 소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거리 경관이 좋아진 것은 더 할나위 없지요. 워낙 소나무의 수형이 멋진데다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도시를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경관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도시의 열섬현상, 대기질의 정화에는 활엽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임학전문가들의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소나무는 우리네 삶과 멀지 않은 거리를 늘 지키고 있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계절 청정한 푸른 기상은 본받아야 할 곧은 정신과 의리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당시의 배틀을 떠올리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가 참나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를 공부 하면서 적송이라 불리는 소나무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가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생긴 나무가 엄청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세상에는 100여종의 다양한 소나무가 존재하고 있음도 알게 됐구요. 물론 참나무종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결국 친근하게 느껴지는 자기 닮은 나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어떤 나무가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가 되었으면 좋으신가요? 아니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숲 해설가·전 충북도의원은 성남고와 충북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에서 산림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한국청년연합회(KYC) 공동대표와 민화협 청년위원장, 산남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 충북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근식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변인, 제9대, 10대 재선 충북도의원을 지내고 지난해 6.13지방선거 민주당 청주시장예비후보로 활약했다. 최근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저서로 '나는 지방의원이다', '이광희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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