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에 강풍으로 산불이 잇달아 발생한 지난 4일 오후 11시46분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인근 야산에서도 불이 나 시뻘건 불길이 산림을 휘감고 있다. 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강원지역에 강풍으로 산불이 잇달아 발생한 지난 4일 오후 11시46분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인근 야산에서도 불이 나 시뻘건 불길이 산림을 휘감고 있다. 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충북메이커스 이광희의 인문학-12.]2019년 식목일에 발생한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의 산불은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이 집중 되었습니다.

이번 산불로 산림 530㏊와 주택 401채, 창고 77채, 관광세트장 158동, 축산 농업시설 900여곳을 태우고 1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매년 동해안 산불은 빠른 강풍을 타고 연례행사처럼 4, 5월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며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불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 비교적 빠른 진화를 할 수 있었고 이후 대형 산불 발화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 산불에 전국의 소방차 820대, 헬기 51대, 소방공무원 3000여명과 의용소방대 산림청, 군인, 공무원, 경찰 등 1만4000여명이 투입되었습니다.

사상 최대의 피해를 발생시켰던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헬기 18대와 소방차 31대, 1753명의 인력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 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사상 최고의 소방자원 투입 작전이었습니다.

특히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으로 생명을 구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화마와 싸웠던 평범했던 시민 영웅들의 대응덕분에 더 큰 피해가 나지 않고 이정도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산불발생지역을 즉각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정부의 기민하고 신속한 대응에 관심을 보였고 시민들과 각계의 관심과 정성도 쏟아지고 있어 빠르게 화재복구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산불은 시간과 공간을 구분치 않고 발생합니다. 광합성으로 유지되는 나무와 풀이 있는 곳에서는 발화 동기가 어찌되었든 산불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시대는 달라도 산불은 재앙이었습니다.

우리네 역사에서도 산불에 대한 대비와 경고는 늘 있어왔던 일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산림자원의 활용과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이 있었습니다.

조선의 개국 초 문무백관을 정비하면서 산림에 대한 관장 기관으로 의정부 산하 호조의 ‘사재감’을 두었습니다.

그 산하에 산림의 이용과 관련된 기관으로 ‘선공감’을 두고 태종시대에 들어와 좀 더 세부적인 업무가 분장되면서 ‘산택사’를 두어 산림의 생산과 관리 그리고 이용의 업무를 통합하게 됩니다.

조선시대 산불관리는 군사행정조직과 중앙 및 지국의 행정조직이 함께 동원되었습니다. 이번 동해안 산불에 전국 행정단위의 소방본부가 총동원 되고, 국방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포괄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조선시대 1차 산불관리는 일차적으로 도성을 중심으로 금화구역을 정하고 이후 전국산림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조선은 산불예방법령을 엄하게 하여 금화구역에서 입화자가 발생되면 왕명 불복종죄로 처벌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성종 6년(1475) 충청도 병마절도사 김서형이 산에 불을 놓아 수렵한 행위가 적발되자 임금이 정찬을 보내 추국하도록 직접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림에 불을 지르는 화전경작행위로 산불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자 정조 6년(1782) 이후에는 봉표내에서 불을 낸 자, 산불방화자 및 심화자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1788), 처벌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산불예방을 위하여 백성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화금표석을 세워두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북방오랑캐와 남쪽 왜구들의 침탈과 방화에 대비하여 적병들의 은신처를 없애는 사계청소도 하고 순찰을 강화해 은폐용 숲에서 화전과 방화행위에 대비하였습니다.

역대 임금들은 일단 대형 산불이 발생되면 먼저 흉흉해진 민심수습에 앞장섰습니다. 세종은 구황식물의 생산량을 늘리고자 참나무숲 산불예방에 힘씀과 동시에 산나물생산을 위해 일시적으로 불태우는 것을 허용해 굶주린 백성들의 민생고를 덜어주었습니다.

또한 산불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인 강원도 동해안지방을 대상으로 조정에서 위유어사를 파견하여 지역의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피해백성들이 하루라도 속히 산불피해로부터 생활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세수곡식과 같은 구호물품을 이재민들에게 배분해주는 등 생활대책을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산불은 국가 재난으로 취급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불은 어떻게 발생했을까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10년간 산불은 한 해 평균 432건으로 이중 입산자 실화가 36%로 가장 많았고 기타 20%를 제외한 화재 원인은 논밭두렁소각에서 17%, 쓰레기소각 14%, 담뱃불 4%, 성묘객실화 4%, 건축화재에서 4%, 어린이불장난이 1%였습니다.

대부분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산불은 전체의 58%가 봄에 일어났으며 겨울에 22%, 여름 11%, 가을 8% 순으로 봄에 가장 많은 산불이 일어납니다.

산불이 발생하고 나면 탈산림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토양소실. 홍수피해와 국지기상의 변화와 산성비 등이 발생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 등으로 기후변화를 초래합니다.

경제적으로는 국립공원의 파괴와 산업교란 산림의 환경기능 손실 등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는 관광객 감소, 대기 중 영향으로 암과 만성질환의 증가 등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재난성 산불로는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무려 8일간 삼척 등 5개 지역의 2만3000여㏊를 휩쓴 동해안산불로 299세대 85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산불을 들 수 있습니다. 2005년 4월 낙산사를 전소시키며 32시간 동안 불탔던 양양산불, 동해안 지역의 경우 1996년 고성산불도 재난성 산불입니다.

그 밖에 2002년의 청양 예산 산불도 18시간동안 3000여㏊를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매년 큰 산불이 일어납니다. 세계 대형 산불로는 역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해 340만㏊를 태우고 88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산불화재가 손꼽힙니다.

2017년 포르투갈의 4만여㏊를 태우고 64명의 사망자를 낸 산불과 2018년 3만㏊의 피해와 9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그리스의 산불 등 세계 각국에도 재난성 산불이 매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의 복원과정을 살펴보면 1단계 산불피해목을 제거합니다. 산불에 의해 연소된 나무들을 제거하여 새로 심을 나무의 자리를 준비합니다.

2단계에선 어린 묘목을 키워내고 한편으로 3단계에서 사방사업으로 토사의 유출을 막기 위한 산림토목사업을 합니다.

이후 4단계에서 피해지역에 나무를 심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일부지역의 경우 자연복원을 도모하기도 합니다만 부실해진 지반의 침식과 토사의 유출이 심한편이어서 인공적인 산림복원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산불이 발생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최우선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산불에 대한 방비와 조속한 진화, 그리고 복원은 우리가 감당해야할 일입니다.

이번 발생한 강원도의 산불에선 재앙적 산불에 맞선 인간의 조직적 방비와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았습니다. 재난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애와 헌신적 노력을 볼 수 있었던 대하드라마 같았던 산불이지만 다시는 재방송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광희 숲 해설가·전 충북도의원은 성남고와 충북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에서 산림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한국청년연합회(KYC) 공동대표와 민화협 청년위원장, 산남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 충북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근식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변인, 제9대, 10대 재선 충북도의원을 지내고 지난해 6.13지방선거 민주당 청주시장예비후보로 활약했다. 최근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저서로 '나는 지방의원이다', '이광희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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