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홀로였다.
싸움은 많았지만 승리는 늘 남의 것이고
남는 패배는 늘 내 것이었다.
배낭을 벗어 바위 곁에 놓고
신발을 벗는다, 양발을 벗는다.
좔좔 흐르는 물에 죄많은 손발을 씻어내자
시리도록 시리도록 씻어내자
고량주를 한 모금 빤다.
솔직하고 빠르게 페부를 들쑤신다.
드디어 시야가 막히고
내 몸은 검붉은 불이 붙는다.
검붉은 불이 활활 타오르고
<아서라 태일아, 해가 진다, 해가 진다, 어서 일어나거라>
아버님 목소리가 활활 타오르고,
눈물이 핑그르르 발등을 친다.
앞산 뒷산 옆산이 다투어 다가서고
낙엽들은 내 옆에서 흩날리다 지고
산들이 조이니깐 하늘은
위로만 위로만 빠져나와 치솟는다
고량주 한 모금에 담배 한 모금
한 모금 빨아 머리위로 날리고
한 모금 빨아 앞듸옆 산에 날리고
한 모금 빨아 물 위로 날리고
<1972년 창작과 비평>
*이 글은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시평입니다.
▷조태일 시인은 1941년 전남곡성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시는 예리하고 또한 정의롭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지금은 5.18묘역에 잠들어 있다.
그의 시는 많은 독자들에게 심각하게 읽혀졌다. 그의 시집 <국토>는 대학생의 필독서였다.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 문리대를 졸업했다.
그는 한 때 출판사도 운영했다. <시인사>라고 하는 출판사였다. 시는 철저한 경험과 영감으로 쓰여진다. 그의 시가 오늘도 산처럼 푸르다. 매년 곡성에서는 조태일 문학제가 열린다.
-시인 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