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남주
시인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밤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돌아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밤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광주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

밤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아의 학살도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이 시는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김창규 청주나눔교회 목사
김창규 청주나눔교회 목사

 

▷김남주 시인은 1945년 10월16일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김남주 시인은 1974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남주 시인은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 형을 받고 투옥중 국내외 석방운동에 힘입어 1988년 석방되었다. 잠시 강연 등 활동을 시작했다가 1994년 2월 13일 타계, 5.18묘역에 안장됐다.

김남주 시인은 모교에서 2010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번 2019년 5월3일  오후 5시~6시30분 기념홀 개관식을 가졌다. 전남대학교에 '김남주 기념홀'은 명예롭다.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김남주 시인은 우리시대의 예언자였다. 그의 시를 이번에 또 육성으로 들었다. 그래서 그의 시를 소개한다.

/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 곳-6.

 

저작권자 © 충북메이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