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아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8]아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 김창규
  • 승인 2019.05.15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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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준태

[충북메이커스 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곳-8.]

김태준 시집.
김준태 시집.

아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서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

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 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버린 광주여

아침 저녁으로 살아남아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 아, 통곡뿐인 남도의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있을 때

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 아, 자유의 깃발이여

인간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 아,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

때로는 파도처럼 밀리고

때로는 무덤만 뒤집어쓸지언정

아 아, 광주여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아 아, 온몸에 상처뿐인

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

더 이상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

더 이상 우리들의 아이들을 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

정말 우리들은 아주 죽어버렸나

 

충장로에서 금남로에서

화정동에서 산수동에서 용봉동에서

지산동에서 양동에서 계림동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

아 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 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무섭구나

무서워서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여보, 당신을 기다리다가

문밖에 나아가 당신을 기다리다가

나는 죽었어요 ......

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갔을까요

아니 당신의 전부를 빼앗아 갔을까요

셋방살이 신세였지만

얼마나 우리는 행복했어요

난 당신에게 잘 해 주고 싶었어요

아 아, 여보!

그런데 나는 당신의 아이를 밴 몸으로

이렇게 죽는 거예요, 여보!

미안해요, 여보!

나에게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가고

나는 또 당신의 전부를

당신의 젊음 당신의 사랑

당신의 아들 당신의

아 아, 여보! 내가 결국

당신을 죽인 것인가요

 

아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아가

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다시 넘어오는

이 나라의 하느님의 아들이여

 

예수는 한 번 죽고

한 번 부활하여

오늘까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

그러나 우리들은 몇 백 번 죽고도

몇 백 번을 부활한 우리 몸의 참사랑이여

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

 

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튼튼하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아 아, 지금 우리들은

어깨와 어깨 뼈와 뼈만 맞대고

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

아 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을 입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 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져 가는 청춘의 도시여

지금 우리들은 확실히

굳게 뭉쳐 있다 확실히

굳게 손잡고 일어선다

*이 시는 관계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