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 곳-9.]

시인 이시영 '산동애가'.
시인 이시영 '산동애가'.

내 고향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가 아름다운 곳 1949년 3월, 전주농림 출신 나의 매형 이상직(21) 서기는 젊은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고구마가 담긴 밤참 도시락을 들고 산동금융조합 숙직을 서러 갔다.

남원 뱀사골에 은거중인 빨치산이 금융조합을 습격한 것은 정확히 밤 11시 48분, 금고 열쇠를 빼앗긴 이상직 서기는 이튿날 오전 조합 마당에서 빨치산 토벌대에 의해 즉결처분 되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간 아내가 가마니에 둘둘 말린 시신을 확인한 것은 다음다음 날 저녁 어스름, 그때도 산수유는 노랗게 망울을 터뜨리며 산천을 환하게 물들였다.


▷이시영 시인은 1949년 구례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신인작품공모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비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호야네 말이 있다.

시선집으로는 '긴 노래 짧은 시', 산문집으로 '곧 수풀은 베어지리라', '시 읽기의 즐거움'이 있다.

이 시인은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등 많은 상을 받았다.

시인의 시집 속에는 역사와 서사가 담겨 있다. 리얼리티의 분명하고 확고한 시 정신이 빛나고 있다.

그의 시의 내용을 보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시로 뛰어난 역사성을 갖고 있다.

-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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