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물앵두
[10]물앵두
  • 김창규
  • 승인 2019.07.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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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원규

[충북메이커스 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 곳-10.]

이원규 시집.
이원규 시집.

저무는 섬진강 변에 앉아

물, 물, 물 발음하면 물고기 입술이 된다

 

나이 들수록 살가운 물의 가족들

물매화 물봉선 물푸레 물메기 물까치

봄물 오르는 고로쇠나무에 기대면 침이 고인다

 

물앵두는 벚나무와 일란성쌍둥이

언제나 열흘 먼저 물앵두 꽃이 핀다

청보라 염료인 버찌를 외면하고

숙취 해소에 좋은 달달하고 빨간 물앵두를 따 먹다가

 

불의 시대를 살다 간

별명이 하필 '물봉'인 김남주 시인을 생각한다

난생처음 검은 양복을 입고

망월동 하관하던 그날부터

물, 물, 물 자꾸 목이 말랐다

 

낮고 굵직한 육성은 열흘 먼저 꽃을 피우고

마흔아홉 살의 물앵두

이보다 더 붉은 심장을 본적이 없다


▷이원규 시인은 1962년 경북 문경 출생이다.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에는 돌아보면 그가 있다, 옛 애인의 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육필시집으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 있다.

그의 시 사진집으로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가 있다. 올해 들어 14년 만에 시집 '달빛을 깨물다'를 상재했다. 이원규는 16회 신동엽문학상, 7회 평화인권문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리산에서 21년째 시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살고 있다. 섬진강을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그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의 시에서는 인간미가 넘쳐나고 지리산 속의 모든 나무와 꽃과 밤하늘 별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는 멋진 시인이다.

시인 김창규의 시상이 머무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