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참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참배했다.

[충북메이커스 경철수 기자]조국(사진) 법무부장관이 취임 35일 만인 14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오는 15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오후에 보도 자료를 냈다.

그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의 덕분으로 국민들께서도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그간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정부 첫 민정수석이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 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고, 행정부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 됐다"며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죄송하고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적으로 조 장관의 결심이었다고 밝혔지만 내년 4.15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한 적잖은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당(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늦은 감은 있지만 옳은 결단이었다”고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검찰개혁안 발표로 그 명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가족비위 사실로 동력을 잃은 조국 법무부장관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란 시각이다.

지역정가 한 인사는 “검찰개혁안이 마련된 만큼 이제 조국 장관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신을 비롯한 가족과 관련된 비위사실에 대해 엄정수사를 받아 한 점의 국민의혹도 없이 명백히 밝히고 죗값을 치를게 있으면 치르고 소명할 것이 있으면 명예회복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동안 극단으로 치달으며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모아 치유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야권에선 그동안 보수결집의 동력원이 됐던 조국사태가 일단락되면서 내년 4.15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물밑 셈법에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다음은 보도자료 전문]

엠바고 : 2019. 10. 14.(월) 14:00 부터 보도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 됐습니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 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4.

조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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