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논평=충북메이커스 편집장 경철수]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초반 부모와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1) 등 일가족 4명이 또다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살던 집 입구에는 대부업체의 독촉장과 세금 미납 고지서 등이 여러 겹 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천만원의 채무를 질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보고받으면서 집권 3년차 이제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40대 가장과 제조업이 고용 부진'에서 벗어나도록 일자리 개선을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한지 일주일도 안 돼 또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알려진 것만 그렇지 더 많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11월)에만 일가족 동반자살은 3차례나 있었다. 인천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20일 일가족 3명과 딸의 친구 1명이 경제적 어려움에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부자(父子)가 주차된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졌다.

앞서 3일에는 서울 성북구 다가구 주택에서 네 모녀가 숨진 뒤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모두 생활고를 토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였다.

이처럼 사회복지 제도적 범주 안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생계곤란 40대 가장의 일가족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누구도 긴급생계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이제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40대 실업난과 제조업 붕괴를 대비해달라고 당부한 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경자년 새해 신년화두를 경제가 2020년 도정의 핵심가치임을 강조하는 사자성어 경자대본(慶者大本)을 발표했다.

이는 과거 유일한 경제수단이 농업이었던 점에서 비롯된 농자천하지대본의 철학과 정신을 경제수단이 다양화된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어찌했든 이 지사는 2020년에도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고 전국대비 4%경제달성과 5%경제 도전에 가일층 매진하기 위해 기업투자유치에 신경을 쓰고 지역기업의 수출기업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러나 도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경제성장 일변도의 성과내기 경제정책을 언제까지 쓸 것인지 스스로 되짚어 보기를 바란다.

충북도내 시민사회단체는 갈수록 도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감으로 경제성장일변도에서 탈피해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도정방향의 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일명 '꽃대궐 프로젝트'로 삶이 윤택한 충북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자유한국당의 박경국 후보가 새삼 생각이 난다.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도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일방통행식 행정’이 뿌리박혀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할 때인 듯 싶다.

국민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그 누구도 귀담아 듣고 답변을 해주지 않는 이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지 다시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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