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요즘도 엄마들은 아기가 울 때면 바로 안아주고 젖을 먹일 때도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젖 먹는 것을 멈추면 가볍게 흔들어주고 몇 마디 말도 건넨다. 그러면 아기도 엄마를 보고 웃거나 옹알이를 하고 엄마도 즐겁게 반응을 하는데 현생 인류 초기에도 그랬을 것이다. 젖먹이는 아이엄마. [스케치=해오름출판기획]
노래와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요즘도 엄마들은 아기가 울 때면 바로 안아주고 젖을 먹일 때도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젖 먹는 것을 멈추면 가볍게 흔들어주고 몇 마디 말도 건넨다. 그러면 아기도 엄마를 보고 웃거나 옹알이를 하고 엄마도 즐겁게 반응을 하는데 현생 인류 초기에도 그랬을 것이다. 젖먹이는 아이엄마. [스케치=해오름출판기획]

 

요즘 아이들은 우리 어렸을 때와 달리 장난감이나 인형을 갖고 논다. 이러한 놀이는 소유욕과 지배욕을 만들어 좋은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아이들이 친구랑 놀 때 장난감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처럼 다른 아이들과 놀이 과정 전체를 지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들 사이 왕따 문화는 ‘너랑 안 놀아’란 말과 함께 자기가 주도한 놀이에서 친구를 배제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왕따를 예방하려면 갓난아기 때부터 부모가 아기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상호작용 놀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

상호작용 놀이야말로 아이들이 친구와 이야기하고 놀이할 수 있는 태도와 자질을 기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대구에서 이런 내용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친 후 몇 사람의 질문을 받았다. 그중 한 사람이 단동십훈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다 좋았지만 단동십훈에 대해 말씀사실 때 더 감동을 받았어요.”

“단동십훈요?”

“네, 선생님이 ‘도리도리’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아이들에게 해주던 도리도리, 곤지곤지, 짝짜꿍이 단군 할아버지가 후손들에게 준 가르침이래요.”

이 청강생은 단동십훈이란 말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을 전했다. 도리도리는 길 도(道)에 다스릴 리(理)를 써서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하늘의 이치와 천지만물의 도리를 깨치라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놀이를 할머니들한테 배웠고, 그분들은 단동십훈이란 말을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토박이말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단동십훈이란 말은 그 전부터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전통육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책에서만 본 기억이 있다.

우연히 EBS에서 방영된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이란 프로그램에서 단동십훈이란 말이 부모들한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단동십훈이란 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황우연이란 저자가 쓴 ‘천부의 맥(1988)’을 통해서였는데 원래는 당동치기십계훈이었다고 한다.

단군이 갓난아기들에게 가르치던 열 가지 인간의 도리라는 뜻인데 그 말을 줄여서 단동십훈이라 한 것이다.

황우연의 단동치기십계훈은 불아불아/시상시상 달궁/도리도리/잼잼, 지암/곤지곤지/질나비 훨훨/짝짜궁/섬마섬마 용타/어화 둥둥/자장자장 이다.

앞서 1962년 안명선이 펴낸 ‘빛나는 겨레의 얼’은 단군이 후손들에게 준 열가지 계명(십계명)이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명선의 단군 십계명은 부라부라/시상시상/도리도리/지암지암/곤지곤지/섬마섬마/어비어비/아함아함/짝자꿍짝자꿍/질라라비 활활의 이다.

단군의 십계명은 안명선이 대종교 본부에서 경전을 열람하다 발견했다. 십계명과 단동십훈을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테두리는 비슷하지만 목록이 조금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놀이인데 한자말이 다른 것도 있다. 이는 사람들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은 둘 다 길어봤자 백년이 넘지 않았을 것이란 결론이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대종교와 관련된 사람들이 민족운동의 한 방법으로 정리한 내용이었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단동십훈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던 놀이에 깊은 뜻이 담겨 있고 유서 깊다는 데 감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동이 우리 아기 어르는 소리를 되살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 저편에 아기 어르는 소리를 역사적으로 발전시켜 온 이 땅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까지 들었다.

나는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 가운데 몇 가지는 단군 시대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노래와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요즘도 엄마들은 아기가 울 때면 바로 안아주고 젖을 먹일 때도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젖 먹는 것을 멈추면 가볍게 흔들어주고 몇 마디 말도 건넨다.

그러면 아기도 엄마를 보고 웃거나 옹알이를 하고 엄마도 즐겁게 반응을 하는데 현생 인류 초기에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처럼 그때도 엄마와 아기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난 고조된 말과 억양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놀이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아기 어르는 소리는 여성들이 아기와 소리, 몸짓을 나누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한 아기 어르는 소리가 지금은 서른개가 넘는다. 노래와 놀이를 좋아하는 우리 겨레는 아기의 몸짓과 느낌이 변해가는 모든 단계마다 부추기는 놀이를 창조했던 것이다.

이 거대한 문화 전통을 육아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단군이란 남성이 한순간에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가치 있는 모든 것은 남성 영웅이 만들어냈다는 가부장적인 상상력이 그런 논리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열고 같은 마음의자리가 되는 것이다. 아기는 부모와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에 대한 완전한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아기가 마음을 열고 공동체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 우리 겨레의 아기 어르는 소리이다. 그래서 나는 아기 어르는 소리를 세계 최고의 육아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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