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3년여 전 이맘때(4월) 향토백화점인 흥업백화점이 개점 25년 만에 문을 닫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경영난에 봉착했던 흥업백화점의 김형래 대표이사와 올갱이(다슬기)해장국을 먹으며 나눴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김 대표는 중국인 관광객이 돈만 잘 쓰고 간다는데 청주에 오는 관광객은 형편이 어려운지 백화점에 와서 남성용 벨트를 1만원에 2~3개 달라고 해서 진땀을 뺐던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명색이 백화점인데 정찰제를 무시 할 수도 없고 육거리 시장에서 노브랜드 물건 사듯 흥정해 매출엔 별반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렇게 경영난을 호소하다 흥업백화점은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롯데영플라자 청주성안점이 장사가 잘 안 돼 롯데백화점그룹의 비효율 점포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면서 롯데그룹이 소문의 진원지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단순 뜬소문으로 리뉴얼한 롯데영플라자를 볼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지역세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그곳에 점포를 두고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새로운 점포를 찾아나서는 불행한 일이 없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롯데영플라자의 한 직원은 차담에서 일명 ‘차 없는 거리’ 또는 ‘소나무 길’이라 불리는 북문로는 요즘 청소년광장의 정기행사와 플리마켓 개설 등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청주성안길은 젊은이들의 발길은 북적이지만 윈도(아이)쇼핑객들만 넘쳐나 매출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래서 성안길의 가두상권이 생활 잡화와 의류, 화장품 매장보다는 차라리 쇼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식당가로 업종변경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나름의 바람까지 피력했습니다.

또 하나 차 없는 거리에는 있지만 청주성안길에 없는 게 있다고 합니다. 바로 광장입니다.

롯데영플라자는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공연이벤트가 포함된 대규모 할인행사를 철당간 광장에서 하고 싶지만 곧바로 민원이 들어가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시민사회단체는 비영리 행사라고 잘만 하지만 대기업 브랜드를 내세운 행사는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의 선입견에 뭐만 하려면 곧바로 민원이 들어가 제지를 당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철당간 광장행사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합니다.

롯데영플라자는 이 또한 규제는 아닌지 ‘기업 활동하기 좋은 청주시’를 꿈꿔 본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한 골목상권 상인회가 대기업 유통망을 활용한 상생의 길을 찾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대기업 유통사라고 무조건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과 진정한 상생의 길을 찾아봐야 하지는 않는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지척의 apm도 문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이러다 청주의 대표 상권인 성안길이 대규모 점포 공동화로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마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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