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아플 때면 장모님은 아이들 배를 문지르면서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를 불러주셨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머니는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 손이 약속이다’를 불러주셨다. 아주 따뜻한 손으로 기억되는 데 나도 그 느낌을 담아 아기 배를 문지르면서 노래를 불러줬다.[해오름출판기획]
두 아이가 아플 때면 장모님은 아이들 배를 문지르면서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를 불러주셨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머니는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 손이 약속이다’를 불러주셨다. 아주 따뜻한 손으로 기억되는 데 나도 그 느낌을 담아 아기 배를 문지르면서 노래를 불러줬다.[해오름출판기획]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우리아기 배는 똥배/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쑤욱 내려가라/ 쑥쑥 내려가라/ 할머니가 이리 해주는데/ 우리애기 아플 틈 없다/ 쑤욱 내려가라/ 쑥쑥 내려가라.

두 아이가 아플 때면 장모님은 아이들 배를 문지르면서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를 불러주셨다. 아이들 속이 조금만 거북해 보여도 배를 문질러주니 나중에는 놀이가 돼 아프지 않아도 해달라고 졸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심리요법, 음악요법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명의 어른들이 따뜻한 얼굴, 부드러운 몸짓으로 노래를 불러주고 어루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마음의 병은 멀리 사라졌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머니는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 손이 약속이다’를 불러주셨다. 아주 따뜻한 손으로 기억되는 데 나도 그 느낌을 담아 아기 배를 문지르면서 노래를 불러줬다. 물론 노랫말은 ‘아빠 손이 약손이다’로 바꿔 불렀다.

처음에는 아플 때 해줬지만 아기가 그 말과 몸짓을 놀이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 틈만 나면 해줬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마사지였던 셈이다.

솔뫼를 기를 때 마사지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퇴근한 아내가 ‘베이비 마사지’란 책을 내밀었다. 아기의 뇌 발달, 정서, 심리, 인지 발달에 좋아서 요즘 서양에서 부모들이 많이 해주니 당신도 해주란 것이었다.

그날부터 하루에 몇 번이고 마사지를 했는데 나도 힘들었지만 솔뫼가 자꾸 울어서 이게 과연 옳은 방법인지 의심이 생겼다.

내 경험으로 눈을 맞추거나 옹알이를 할 때 아기가 집중하는 시간은 1~2초에 불과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 짧은 순간의 상호작용도 아기의 뇌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기가 고개를 돌리면 놀이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으로 생각했고 다시 나를 볼 때는 놀이할 수 있는 마음이상태가 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베이비 마사지는 그러한 아기의 호흡과 생활 장단을 고려하지 않고 긴 시간 동안 계속해야만 했다.

그것이 솔뫼에게 스트레스를 줘 칭얼대었고 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혹여 내가 귀찮고 힘들어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할까봐서다.

유럽에 아기 마사지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76년쯤이다. 한 육아 잡지에 인도의 아이엄마가 아기를 마사지하는 사진과 함께 마사지 효과에 대한 글이 실리면서부터다.

땅바닥에 앉아서 아기 몸 전체를 마사지하는 사진은 유럽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아기 마사지가 육아 운동의 중요한 주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들어 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남성들이 육아 과정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육아방법을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매도했다.

파스퇴르와 코흐가 세균을 발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죽음을 맞았고 의사들은 그 원인을 세균덩어리인 엄마가 가까이에서 안고 뽀뽀하는 비위생적인 행동으로 아기들에게 병을 전염시켜서라고 주장했다.

아기를 죽이지 않으려면 안아주지 말아야 하고 뽀뽀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아기 방을 따로 만들었다. 그럴 수 없으면 아이 침대라도 따로 마련했다. 버릇이 나빠진다고 밤에는 젖도 먹이지 않았고 이러한 육아법이 부모와 아기 사이의 소통을 어렵게 했다.

내 생각에 이런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본능인 아기를 안고 만지고 업고 흔드는 것을 없애려 한 것 같다. 그러한 본능을 부정하면 부모와 아기의 몸, 마음이 병들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 프로그램이 가져온 가장 큰 재앙은 유럽과 미국의 많은 부모들이 아기를 대하는 본능과 함께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한 것이다.

1970년대 존 볼비, 메리 에인스워스 등이 중심이 된 애착 이론이 등장하면서 행동심리학자들이 제시한 이런 육아법은 근본적인 반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모와 아기가 신체 접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대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고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방법 중 하나가 바로 서로를 건강하게 하는 마사지요법이었다.

항상 아기를 끼고 기르는 우리의 전통 육아법에선 아기의 스트레스가 적고 여러 명의 어른들이 아기에게 꼭 필요한 ‘쭈까쭈까’ 놀이를 하고 ‘엄마 손이 약손이다’를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었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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