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물리' 놀이는 곤지곤지와 함께 가장 발달된 소근육 놀이이다. 팔과 손의 세밀한 근육을 발달시키는 소근육 운동은 팔 휘두르기, 손뻗기, 손 전체로 물건잡기,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만으로 물건 잡기 등으로 계열을 이뤄서 발전한다.
'물리물리' 놀이는 곤지곤지와 함께 가장 발달된 소근육 놀이이다. 팔과 손의 세밀한 근육을 발달시키는 소근육 운동은 팔 휘두르기, 손뻗기, 손 전체로 물건잡기,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만으로 물건 잡기 등으로 계열을 이뤄서 발전한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마을은 목화를 많이 심었다.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면 목화 농사를 안 짓는 집이 없었다.

그런데 외국에서 값싼 천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목화로 돈을 벌 수 없어 내가 자랄 때쯤에는 동네에서 우리 집만 목화 농사를 지었다.

목화 농사를 지을 때면 나는 목화밭에서 놀았다. 목화는 마을 뒷동산에서 볼 수 있었던 인동처럼 변신의 마법을 보여주는 신기한 꽃이었다.

인동은 처음에 흰색으로 피었다가 며칠 지나면 황금색으로 바뀌는 꽃이라서 금은화라고도 불렀다.

목화는 인동보다 더 신기해 오전에는 연노랑꽃과 분홍꽃이 함께 있다가 연 분홍색으로 점점 바뀌어간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목화의 연노랑꽃에는 플라본 색소가 많이 들어 있는데 저녁이 돼 꽃이 시들면서 꽃 안에 있던 당분이 붉은색을 내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꽃이 피기 전에는 풀 뽑는 어머니 옆에서 놀았고 꽃이 진 다음에는 다래를 먹는 재미로 목화밭에 갔다.

목화 열매를 다래라고 하는데 달착지근해서 군것질거리로 좋았다. ‘달다’에 이름꼴씨끝인 ‘애’가 붙어서 ‘다래’라고 이름을 붙였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열매가 터지면 흰 솜이 보이고 그것을 말려서 방앗간에 가서 타면 이불솜이 나온다. 예전에는 물레를 돌려서 실도 뽑고 베틀로 무명천도 짰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거둔 목화는 이불과 베게에 넣는 솜으로만 사용됐다.

방 가운데 산처럼 쌓여 있는 다래를 보면 한숨만 나왔지만 그래도 가족들은 아버지의 흥겨운 이야기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우리 조상 가운데 익자 점자 할아버지가 계셨다. 고려가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기 익점 할아버지는 원나라에 가 계셨다. 당시 원 황제한테 미움을 사 교자(베트남)란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넓은 밭에 엄청난 양으로 심겨진 목화를 봤고 그 열매에서 솜이 나오고 그걸로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나라에서 씨앗의 외부 반출과 옷감 짜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었고 이를 붓두껍 안에 숨겨 우리나라에 들여왔고 경상도 산청에 그것을 심어 재배법을 알게 됐다. 익점 할아버지의 손자들은 그것을 연구해 형 문래는 솜에서 씨앗을 뽑는 ‘물레’를 개량했고, 동생 문영은 실을 뽑아 천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무명’이었다. 그 천의 이름을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문영이라 부르다가 무명이 됐다.”

아버지의 ‘목화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 것은 한뫼가 태어난 지 8개월쯤 되어서 ‘물리물리’란 놀이를 하면서다. 물리물리는 두 팔과 손을 부딪치지 않고 원을 그리면서 돌리는 놀이다.

물레물레 물레야/ 물리물리 물레야/ 물 물 물레야.

이 놀이를 다른 고장에선 ‘맘물레맘물레’라고도 하고, ‘돌레돌레’, ‘둘레둘레’라고도 한다. 어떤 이름이든지 물레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놀이는 곤지곤지와 함께 가장 발달된 소근육 놀이이다. 팔과 손의 세밀한 근육을 발달시키는 소근육 운동은 팔 휘두르기, 손뻗기, 손 전체로 물건잡기,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만으로 물건 잡기 등으로 계열을 이뤄서 발전한다.

물리물리는 그 정점에서 소근육 운동과 대근육 운동을 통합하고 조절하는 놀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고장에선 물리물리를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도 팔을 돌렸지만 다른 지방에선 ‘범버꿍이 범버꿍이’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범버꿍이는 ‘버꾸’란 말에서 나왔다. 버꾸는 악기 가운데 ‘소고’를 말한다. 소고를 치는 사람을 ‘버꾸잡이’라고 하는데 소고 치는 몸짓 가운데 팔을 돌리는 듯한 몸짓이 있어 그것을 범버꿍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수긍하기 힘들지만 돌리는 몸짓이 마치 무엇을 섞는 몸짓과 비슷하기 때문에 ‘범벅꿍이’라 했고, 지역에서 온몸에 음식을 가득 묻히고 있는 아이를 ‘범버꿍이’라 하지 않았나 해석된다.

물리물리와 범버꿍이는 짝짜꿍보다 훨씬 더 어려운 몸짓이다. 사용하는 근육이 많아 신경 조절이 어렵다. 짝짜꿍과 물리물리를 직접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가슴 근육, 배 근육, 어깨 근육까지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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