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가 징가 보다 더 역동적으로 공중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근육의 힘과 유연성을 길러주는 놀이가 ‘솔개미 떴다’이다. 부모가 누워서 양 발바닥에 아이 배를 받치고 두 손을 잡아서 공중으로 띄우거나 빙글빙글 돌려주는 놀이이다
징가 징가 보다 더 역동적으로 공중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근육의 힘과 유연성을 길러주는 놀이가 ‘솔개미 떴다’이다. 부모가 누워서 양 발바닥에 아이 배를 받치고 두 손을 잡아서 공중으로 띄우거나 빙글빙글 돌려주는 놀이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의 산줄기를 보면 속리산에서 뻗어 나온 한남금북정맥이 한가운데를 지난다.

400~500m 되는 산줄기가 국사봉에서 선두산, 선도산, 상당산을 거쳐 서북쪽으로 흘러가는데 그 산줄기를 경계로 동북쪽은 한강이 있고 서남쪽으론 금강이 서해를 향해 흘러간다.

그래서 동북쪽은 한강이 있고 서남쪽으론 금강이 서해를 향해 흘러간다. 그래서 동북쪽은 한강문화권이고 서남쪽은 금강문화권이라고 한다.

‘산동’이라고 불리는 한강문화권은 밭농사를 많이 짓고 청주 시내를 중심으로 한 금강문화권은 논농사를 많이 짓는다.

한뫼가 태어났을 때쯤 나는 두 문화권 사이에 나타나는 문화 요소의 같고 다름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인상적인 것이 아리랑이었다. 우리나라에는 100여 가지가 넘는 아리랑이 있다고 한다.

정선 아리리,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 본조 아리랑 등은 학교에서도 배웠고 이리저리 들을 기회가 많았지만 우리 지역에도 아리랑이 있다는 것은 내가 직접 지역 문화를 공부하고서야 알았다.

요즘은 ‘청주 아리랑’이라고 하는데 자진모리장단으로 부르는 자진 아라리에 가까웠다.

한강문화권인 충주와 괴산에선 모심기를 하면서 아리랑을 불렀다. 그 아리랑은 중원군에서 먼저 발견됐다고 해서 ‘중원 아라성’이라고 했는데 이제 중원군이 사라지고 충주로 통합됐으니 ‘충주 아라성’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

청주 낭성면과 미원면도 한강문화권이므로 같은 노래를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낭성에 있는 한 마을 경로당을 찾았다. 그 할아버지들 가운데 모심기할 대 아리랑을 불렀다는 분이 계셨다.

노래를 채록한 다음에 이리저리 이야기를 하다가 할아버지들이 갓난아기들한테 해주는 놀이가 없냐고 여쭤봤다. 불무불무야, 둥개둥개 둥개야, 소리개 떴다, 말탄 사람 꺼떡 등 여러 놀이가 나왔다.

그런데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도 했어.”라며 눕더니 옆에 있던 하뫼를 정강이와 발등에 태우고 위아래와 앞뒤로 흔들면서 노래를 불러줬다.

징가 징가 징가야/ 니가 무슨 징가냐/ 충청북도 청주시/ 미원면의 징갈세/ 징가 징가 징가야/ 징가 징가 징가야/ 징가 징가 징가야/ 니가 무슨 징가냐/ 청주시 미원면/ 홍씨 집안 징가지/ 징가 징가 징가야/ 징가 징가 징가야.

처음 보는 할아버지인데도 한뫼는 낯가림을 하지 않고 좋아했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나에게 누우라고 하고는 징가 징가를 해달라고 했다.

특히 걸음마를 시작할 때 이 놀이를 좋아했는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걸음마 연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넘어지면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서 균형을 잡는 몸짓의 반복이다.

따라서 잘 걸으려면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마음을 기르는 데는 놀이가 좋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우거나 막 걷기 시작할 때쯤 징가징가를 좋아하는 것은 이 놀이가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적합한 놀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뫼도 ‘징가 징가 놀이’를 하면서 공중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아주 즐거워했다. 이 놀이는 닝가 닝가 닝가야라고 불리기도 했다.

징가 징가 보다 더 역동적으로 공중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근육의 힘과 유연성을 길러주는 놀이가 ‘솔개미 떴다’이다. 부모가 누워서 양 발바닥에 아이 배를 받치고 두 손을 잡아서 공중으로 띄우거나 빙글빙글 돌려주는 놀이이다.

어떤 곳에선 ‘소리개 떴다’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선 ‘방아야 방아야’란 놀이로 나타난다. 나는 아버지가 내게 해주셨던 ‘솔개미 떴다’를 한뫼와 솔뫼에게 해줬다.

솔개미 떴다/ 병아리 감춰라/ 삐약 삐약 빼약.

한뫼와 솔뫼가 말을 하지 못했을 때 내가 삐약삐약 하는 소리까지 했다. 아이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스스로 삐약삐약 소리를 해서 극적인 재미가 더 했다.

옛 놀이에는 마을 사람들과 자연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까지 다 담겨 있는 것이다. 놀이 방법이란 텍스트뿐만 아니라 놀이의 맥락, 곧 내용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나는 아기, 어르는 소리의 진정한 복원은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마을 문화를 살려낼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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