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9일 오후 12회 세종대왕 초정약수 축제 홍보를 위해 마련한 청주문화원의 세종대왕 어가행렬 재현행사가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5월 19일 오후 12회 세종대왕 초정약수 축제 홍보를 위해 마련한 청주문화원의 세종대왕 어가행렬 재현행사가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충북메이커스DB]
세종대왕이 다녀갔다 하여 붙여진 진천군 진천읍 성평리(사진)의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진천의 신흥주거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세종대왕이 다녀갔다 하여 붙여진 진천군 진천읍 성평리(사진)의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진천의 신흥주거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충북메이커스=신경직의 지명이야기-24.]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세종대왕 행궁건립이 한창이다. 시는 총사업비 155억원을 들여 부지면적 3만8000㎡에 연면적 2055㎡로 오는 8월 준공할 계획이다.

시는 세종대왕 행궁을 초정약수 축제와 연계해 청주의 대표적 관광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곳 초정약수는 미국 샤스터, 영국 나포리나스 광천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으로 손꼽히고 있다.

초정(椒井)이란 지명은 후추(椒)처럼 톡 쏘는 물이 나오는 우물(井)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초수(椒水)는 청주고을 동쪽 39리에 있는데 그 맛이 후추와 같고 매우 차며, 그 물에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적고 있다.

조선 세종과 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행차한 일이 있었기에 초정리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제정하면서 안질이 발생, 이곳에서 눈병을 치료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처럼 세종대왕이 2차례에 걸쳐 117일간 청주에 행차하면서 남긴 지명이 우리 충북 도내에 여러 곳 전해진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성석도시개발지구로 선정돼 최근 도시개발이 한창인 진천읍 성석리이다.

성석지구는 진천읍 성석리 일원 시가화 예정용지 약 37만1000㎡로 아파트 2750가구를 건립, 약 6300여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지난 3월 15일 지구 지정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구 15만 진천시 건설을 위한 진천군의 역점사업으로 미래형 스마트 미니신도시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성석지구는 산업단지 배후주거단지 조성을 통해 산단 근로자의 지역정착과 젊은층 인구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되는 사업이다. 이곳 진천 성석리의 마을이름은 당초 ‘성평리(聖坪里)’와 ‘지석리(支石里)’ 였다.

이후 두 마을의 이름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 바로 성석리이다. 성평(聖坪)리는 세종대왕이 다녀가면서 성스러운 분이 다녀갔기에 붙여진 지명이다. 세종 26년(1444년)에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차 내수초정에 행차할 때 안성(죽산)을 거쳐 당시 진천현 북평천변에서 하루 쉬었고 이후 청주에서 치료하다 다시 환행하실 때에도 이곳에서 유숙했다.

이는 세종실록에 음력 3월 1일로 기록돼 있다. 이후 이곳 사람들은 성군이 유숙하고 가시었다고 하여 당시 북평(北坪)이라 부르던 뜰의 이름을 성평(聖坪)이라 부르게 된다. 지금의 진천중학교 앞 백곡천 주변에 형성된 뜰 이름이 바로 성평리이다.

이밖에도 역대 왕의 행차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지명이 있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선암1지구에 '주왕이' 또는 '조왕이'란 마을이 있다. 이는 세종대왕이 환궁하기에 앞서 병조에 명하여 이곳 주민들의 농사에 폐가 된 것을 안타깝게 여겨 조세를 감해 줬다.

이를 기뻐한 주민들이 세종대왕이 행차했다 하여 마을이름을 '주왕이' 또는 '조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진천읍 송두리에 '일산자리' 또는 '일산들'이란 지명이 있는데 이는 세종과 세조가 각기 초정을 거동할 때 이곳에 일산(日傘)을 꽂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일산은 햇빛을 가리기 위한 큰 우산으로 보통 임금 등 고관 행차 시 행렬의 위상을 나타내는 의장(儀仗)의 하나이다. 이처럼 진천 성석리를 비롯한 진천군 일원의 지명은 세종대왕이 머물며 선정을 베풀었다고 하여 만들어진 지명이 많다.

세종대왕이 머물다 간 지역에 도시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앞으로 그 사업이 완료되면 진천군의 신흥 주거단지로 번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 LH공사 현도사업단장

▷신경직(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서 태어나 충북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박사를 졸업한 뒤 현재 문화재보존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 청주시 지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역사와 여행을 좋아했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입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지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명속의 역사산책(디자인 신화)’이란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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