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먼저 들른 곳이 첨성대였다. 세계 최고의 천문대라고 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먼저 들른 곳이 첨성대였다. 세계 최고의 천문대라고 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충북메이커스 문재현의 별자리 이야기-9.]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먼저 들른 곳이 첨성대였다. 세계 최고의 천문대라고 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넓은광장에 그리 높지 않은 돌 건축물이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러웠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 가운데는 “차라리 언덕에 가서 보거나 땅에서 보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 때는 문화해설사도 없었고 선생님들도 첨성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아무도 우리의 실망스러운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 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관천대에 대한 자료를 보았는데 첨성대보다도 낮았다. 첨성대는 지상 9.1m라도 됐지만 고려의 관천대는 2.45m, 조선의 관천대는 3.46m밖에 되지 않는다.

옛날 천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 천문대들이 별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것 같다.

지금처럼 빛 공해와 높은 건물이 없었을 테니까. 더구나 망원경이 생기기 전까지는 누구나 맨눈으로 하늘을 보았다.

그 당시 내가 그것을 알았더라면 왕궁 주변이란 첨성대의 장소성만으로도 그 뜻과 속살을 찾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다.

망원경의 등장은 렌즈 기술의 발달 때문이었다. 망원경의 원리는 1607년 무렵 네덜란드의 리퍼세이라는 렌즈 기술자가 발견했다.

우연히 두 개의 렌즈를 갖고 사물을 보다가 멀리 있는 물체가 가까이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망원경을 만들어 팔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망원경이 1609년에 갈릴레이 손에 들어가면서 굉장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갈릴레이는 기획력과 손재주가 있었다. 더구나 당시 갈릴레이가 살던 피렌체는 유럽 유리공업의 중심지라서 성능이 좋은 망원경을 만들 수 있었다.

개량된 망원경으로 갈릴레이는 달과 금성, 목성, 은하수 묘수(플레이아데스)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의 발견 가운데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본 것은 달에 대한 관찰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달을 살펴보면서 밝게 빛나는 부분과 그림자처럼 보이는 어두운 부분이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갈릴레이는 밝은 부분을 육지, 어두운 부분을 바다라고 불렀다. 또 육지가 바다나 운석 구덩이(크레이터)보다 지형적으로 훨씬 높다는 것도 발견했다.

하지만 달의 바다와 육지에 관한 여러 가지 비밀이 밝혀진 것은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에서 가져온 암석 때문이다.

그들이 달의 바다에서 가져온 돌들은 모두 현무암이었다. 검은 현무암이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달의 바다가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이와 달리 육지에서 가져온 돌들은 밝은 백색을 띠는 사장암이었다. 별똥별을 연구하는 존 우드가 달의 흙 샘플을 일일이 분석해서 사장암을 찾아냈다고 한다.

사장암은 백색 광물인 알루미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사장암은 마그마의 바다가 있었던 곳에서만 발견되는 광물이다. 대충돌과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부딪혀 오는 운석 때문에 달의 표면은 다 녹아 마그마의 바다를 이뤘을 것이다.

이때 무거운 물질은 가라앉고 가벼운 물질은 떠올랐다. 달의 고지대는 전체가 사장암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달 표면 전체가 마그마 바다였을 것이다.

마그마의 바다는 섭씨 1500도 아래로 내려가면 철과 마그네슘이 중심인 감람석을 만들어낸다. 감람석은 주변 마그마 바다보다 밀도기 높기 때문에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다.

론지의 연구 결과 마그마 바다의 깊이가 965㎞였다는 것이 증명됐다. 달의 반지름이 1700㎞였으니 반 이상이 녹아 마그마가 됐던 것이다.

마그마의 바다는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달 지각 표면의 사장암에 구멍이 뚫리고 깊은 곳에 있는 감람암을 녹이면서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한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점차 굳으면서 평평한 대지를 만들었다.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 마을배움길연구소장

▷문재현(사진)은 청주에서 태어나 마을배움길연구소장으로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 책임연구원’도 맡고 있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탐색 중이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복원하고 공동육아 등 유치원 교사들과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별자리 인류의 이야기 주머니, 우리 강산 가슴에 담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학교 폭력 멈춰, 아이들을 살리는 동네,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 등 다수의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메이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