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벚꽃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청주 무심천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상춘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분명 ‘계절의 여왕’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지역 경제인들이다.

충북의 한 유명 낚시터에 ‘잘 나가는 식당’은 소문난 맛집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지 오래다. 이 식당은 벌써 몇 년 째 ‘삼시세끼’ 불황을 모르고 장사를 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저녁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식당이 아침, 점심 장사만 한다는 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최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건비를 들이느니 차라리 저녁장사를 포기한 것이다.

청주의 한 유명 수출기업 대표는 요즘 한숨소리가 잦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 상승과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건비가 연간 5억원 이상이 더 들어가게 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A씨는 요즘 편의점 알바 구하기가 힘들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편의점마다 가족경영으로 돌리면서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직원이 20여명인 청주의 한 대형유통업체는 최근 직원 2명이 관둔데다 1명이 퇴사를 준비중에 있어 남아있는 직원들이 업무분장에 애를 먹고 있다.

일은 그대로인데 직원이 줄면서 1인당 업무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일탈은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시간외수당과 휴일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 수도권 출퇴근 근무자들이 벌이가 줄면서 결국 이직을 결심한 탓이라고 한다.

청주의 한 영세 제조업체는 근무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생(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부담이 돼 비정규직 3명이 하던 일을 1명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는 주5회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알바생을 2~3명 쓰느니 차라리 1명의 정규직을 쓰는 게 인건비 부담이 더 적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이 정규직 1명을 채용한다는 것은 4대 보험 등 추가 비용부담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기업들에게 얼마만큼 인건비 부담을 떠 안겨주는 지 방증하는 얘기다.

최저 시급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이 함께 시행되면서 급여를 많이 주고도 오래 일을 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최저시급 인상과 더불어 근무시간 단축을 정책으로 발표했다.

급여를 많이 받으면서 근무시간이 줄면 여가시간이 늘어 소비가 촉진되고 ‘돈이 돌아’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알바자리’를 줄였고, 근무시간 단축이 대형유통매장의 근로자 수를 줄이고 업무를 가중시켜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이런 부작용 속에 지역경제인들은 정부정책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상적인 정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순응과 협조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정부 정책은 위민을 위한 것이지 정부 성과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있다’면 왜 그런지 한번 쯤 살피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수정해서 가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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