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경철수 기자]최근 몇 장의 사진을 제보 받으면서 청주시의 보행자 중심 도로 조성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가 사람중심의 도로 조성에 나선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추진 과정과 결과물을 놓고 보았을 때 진의가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최근 제보 받은 사진은 청주방서지구 중흥S클래스아파트 서측과 청주동남지구 대원칸타빌더테라스1단지에 세워진 버스정류장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제보자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화 통화 후 현장을 가 봤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이미 조성된 인도야 차치하더라도 새롭게 조성된 택지지구의 인도가 보행자가 편히 지날 수 없으니 '인도 없는 인도나 다름없다'는 얘기였습니다.

현장을 가보니 실제 자전거 도로와 차후 조성될 화단을 지나지 않고선 인도 보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 청주시 담당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갈수록 걷기 편한 보행자 중심의 도로 조성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불편하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해당 공무원은 관례적으로 대부분의 버스정류장이 인도에 설치됐고 수요자들의 천차만별인 욕구를 채워 줄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담당공무원은 버스 승하차가 편하게 도로에 바짝 붙여 달라, 여유녹지에 설치해 인도 걷기가 편하도록 설치해 달라 의견도 제각각이라 자신의 재량범위 내에서 위치를 잡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어 녹지 위에 설치하려면 공원녹지과 등과 협의해야 하고 절차가 까다로운 점도 하나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담당공무원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답변과 너무도 달라 '고구마 서너개쯤 먹고 물을 마시지 않은' 답답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청주시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행정서비스의 자리인데 시민들이 불편해 한다는 전화에 부서 간 협의사항 등 절차가 까다로워 자신의 재량범위 내에서 관례대로 설치하고 있다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또 이 공무원은 새롭게 조성된 택지이고 인도가 넓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제보 장소는 자전거 도로와 아직 조성되지 않은 화단이 아니면 지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제보한 시민의 말씀처럼 '인도 없는 인도'였던 것입니다.

저는 담당 공무원이 이 글을 본다면 기지를 발휘해 주길 부탁 드립니다.

승강장의 지붕에 열 차단용 특수필름이 들어가 1곳 설치하는 데 시민혈세 1200여만원이 들어간다는데 비용도 아낄 겸 교행을 방해하는 양옆 투명 아크릴판이라도 떼어내시면 그나마 보행자들이 인도를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 청주시가 우암산 순환로에 걷기길을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청주의 명소 우암산순환로를 걷기길로 조성하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청주율량지구 풍경채·대원칸타빌·주공 아파트 등 3000세대 입주민들의 걱정이 크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율량천을 건너는 다리 하나에 교통체증을 피하고자 우암산순환로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만일 청주시가 대체도로를 만들어주지 않고 우암산순환로를 일방통행로 또는 완전한 걷기길로 조성할 경우 자칫 이 지역 주민들은 아침 출근길이 '짜증길'이 될 것입니다.

시는 지난 9월 ‘청주시 홈페이지’와 온라인 소통방 ‘청주 시선’을 통해 시민 70여%가 우암산순환로 걷기길 조성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또 교통량 조사를 통해 대체도로 없이 우회만으로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는 코로나 재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던 때라 교통량 조사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조사가 청주시민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우암산순환로는 관광객들도 이용하지만 주로 청원구와 상당구 주민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과연 청주시가 이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2011년도에도 우암산순환로 8㎞ 전구간의 걷기길 조성사업이 추진된 바 있습니다.

당시 시민 찬성률은 80%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14년 우암산순환로 걷기길은 삼일공원에서 우암터널까지 3.6㎞만 조성됐습니다.

그것도 산림훼손을 최소화 하는 기존 등산로와 숲길을 활용해서입니다.

이는 우암산순환로가 청주상당공원과 상당로, 도청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사가 있을 때 도심 교통량을 분산하는 대체도로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기능전환의 어려움을 뒤늦게나마 알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만일 우암산순환로를 걷기길로 꼭 조성해야 한다면 대성로 확장 등 대체도로를 마련해야만 도심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탁상행정이 아닌 충분한 시민의견 수렴에 청주시가 제발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도 같은 마음입니다. 제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시민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청주의 명소 우암산 걷기길이 탄생되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충북메이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