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우 한국교통대 학생.
연민우 한국교통대 학생.

“흔히들 증평이 울릉군 다음으로 가장 작은 군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라고 군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하게 기억 한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증평군은 전국에서 울릉군 다음으로 작은 군’ 이라고 소개한 글을 읽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 ‘이 코딱지만 한 땅에서 뭘 하겠어?’라며 자조적인 코웃음을 쳤던 일도 있다.

“증평은 인구도 그리 적은 편이 아닙니다.” 뒤이어 군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증평의 인구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크기가 작으니 사람도 별로 없겠지’라고 생각했었다.

‘사람이 없으니 영화관이나 쇼핑몰 같은 것도 없겠지, 그게 작은 동네의 숙명이겠지’라며 청주에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증평은 정말 그리 작지도, 인구수가 적지도 않을까?

나는 집에 돌아와 이 믿기 힘든 이야기를 확인해 보려 팔을 걷어붙였다.

확인 결과 증평보다 작은 군으로 과천, 군포, 오산, 부천, 의왕, 계룡이 있었다.

또 증평보다 인구수가 적은 군으로 양양, 인제, 괴산, 무주, 장흥이 있었다.

내 상식을 깨부수는 진실에 직면했을 때 군수님의 또 다른 말씀이 떠올랐다.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증평이 여러분 생각만큼 작지 않으니 증평은 작아서 안 된다는 생각에 갇히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증평을 부러워하는 사람을 봤던 일이 꽤 된다.

보강천에 좋은 물놀이 시설이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자주 놀러 온다던 청주의 가정주부, 군립 도서관이 잘 돼 있어서 자주 들리는데 자신도 회원증을 만들고 싶다던 괴산의 어떤 청년 등 나는 그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당연하게 증평은 작고, 작아서 내세울 것도 없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군수님의 말씀대로 ‘작아서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작은 건 작은 거지, 왜 작아서 안 돼?”나는 이런 간단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생각을 받쳐주기라도 하듯 군수님의 또 다른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저는 작은 게 왜 단점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작지도 않을뿐더러 작으면 인프라가 집중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래, 실제로 내가 살아온 증평은 자전거 한 대만 있어도 불편함이 없는 동네였다.

학교도 병원도 친구도 페달 몇 번에 닿을 수 있는 동네였다.

그 삶이 얼마나 편리했던 것인지, 나는 증평을 떠나 주민센터까지 택시가 아니고서야 갈 수 없는 지역에 살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나는 작음의 이점을 누리고 살았으면서도 막연하게 작아서 안 된다고만 생각했었다.

작기에 어디든지 마음먹으면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이 모든 일의 효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간과한 채로 말이다.

증평군은 올 해 20살이 됐고, 나는 23살이 됐다.

나는 20년 가까이 증평에서 살면서도 증평을 올곧게 바라보지 못했다.

군수님과의 간담회는 그런 나의 편견을 부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편견이 깨진 것뿐만 아니라 더불어 내가 찾지 못했던 증평의 자부심을 얻어 갈 수 있었다.

증평은 다른 곳과 달리 군민의 손으로 직접 일궈낸 자주적인 지역이다.

또 꾸준한 인구 증가와 도내 출산율 1등 등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지표가 여럿이나 있어 자랑이다.

여기에 에듀팜특구를 통한 스마트 팜 사업 추진 등 확실한 비전도 있다.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일이 ‘증평군은 전국에서 울릉군 다음으로 작다’ 란 오보에서 비롯됐고, 그 편견이 깨지니 내게 증평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증평의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모습을 잘 모른다.

다들 며칠 전의 나처럼 막연하게 ‘작다고, 작으니 뭐가 되겠나’라고만 생각한다.

나만 하더라도 에듀팜 특구는 그저 루지와 골프장이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고, 출산율은 고사하고 인구가 적기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증평은 그리 작지만은 않다. 작더라도 보잘 것 없지 않다. 증평은 그리 작지 않고, 작더라도 옹골찬 곳이다.

오래 보면 정답고 자세히 볼수록 자랑스러운 증평, 이곳이 네덜란드처럼 작은 땅으로 혁신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

내게 ‘작음’과 ‘안 됨’의 이유 없는 연결고리를 끊어주신 군수님과 이러한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증평군 직원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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