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달 법무사나정윤사무소 사무장
이재달 법무사나정윤사무소 사무장

[충북메이커스 오피니언 이재달]충북도 제천시가 요즘 고교평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천시에는 세명고등학교, 제천상업고등학교, 제천여자고등학교, 제천제일고등학교(제천농업고등학교), 제천고등학교, 제천디지털전자고등학교(제천공업고등학교), 제천산업고등학교(의림공업고등학교, 한국광산공업고등학교) 등 총 7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그런데 그 중 4개 고등학교에 대해 고교평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문계고등학교에 대해서만 평준화를 한다고 하는 것인데 남녀공학인 고등학교가 있고, 여고와 남고가 있는데 여고와 남고는 어떻게 평준화를 하겠다는 방안은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여고와 남고는 반쪽짜리 평준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청주시의 예로 보면 중학생들을 성적순으로 나눠서 상위 1~10%, 10~50%, 50~90%, 90~100%의 구간으로 나눠서 각 구간별로 1지망, 2지망, 3지망.으로 선택하게 하였으나, 그렇게 해서도 100%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강제배정을 통해 271명의 학생을 자신이 지망하지도 않은 학교에 배정했다.

평준화를 이야기 하면서 무슨 이유로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서 고교를 배정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 자체가 평등권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평준화는 학생의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배정해야만 진정한 평준화가 이뤄 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거리상의 이유라고는 하나 청주시에서 고등학교 권역에 포함되는 고등학교는 청주시내에 존재하는 고교외에도 오창, 미원, 현도, 증평군에 각 고등학교가 있으나 이 지역에서 청주시내로 진입하는 학생은 평준화로 일명 뺑뺑이를 돌리고 있으나 역으로 시외지역으로 진입하는 학생은 평준화 없이 진학을 한다.

청주시 오창읍은 청주시와의 고교평준화에 반대해 현재도 고교평준화 제외지역이다.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증평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시내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등하교가 편한 가까운 지역의 고등학교를 진학하기를 희망했다.

당시 지망이 없었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가장 가기 힘든 학교에 배정이 되었고 그로인해 집에서 6시에 출발해 20분을 걸어서 첫차를 타고 학교에서 20분이나 떨어진 종점에서 하차를 하면 또다시 뛰어서 등교를 해야 지각을 면했다.

그 다음 차인 학교앞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를 타면 학교에 가는 주 6일 중 50%는 지각을 했다.

당시만 해도 지각을 하면 아침 보충수업시간내내 복도에서 무릎 꿇고 앉아서 가방을 머리위로 들고 벌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선생님은 앞문으로 우리는 뒷문으로 동시에 들어가다가 다시 끌려나와 복도에서 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변명도 못하고 기꺼이 벌을 받았고, 고교 1학년 내내 일주일에 3일 정도 지각을 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또다시 20분 거리를 전력 질주해 막차를 타고, 1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다시 20분을 걸어서 귀가하면 매일 12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가는 일상을 보냈다.

제일 부러운 친구가 공부 잘하는 친구가 아니라 학교근처 집에서 걸어서 등교하는 친구였다.

고교평준화는 모든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고려해 적정한 거리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내만 놓고 보아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학교를 3년 동안 등하교에 매일 1시간 이상씩 허비한다는 것이야 말로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등하교에 체력을 소진하고 정작 학교의 수업시간에는 취침으로 일관하고 있고, 교사는 잠자는 학생을 깨우지도 않는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지도 못하는 교사가 존재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열심히 휴대폰을 나눠준 결과가 수업시간에 라면 먹으면서 인터넷방송을 하는 것이란 게 가슴아프다.

고교평준화가 타학교와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교사노동자를 위한 것인지학생을 위한 것인지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고교평준화는 전고교가 하향평준화되었다. 그것을 극복하고 상향평준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학생의 휴식권만 보장하는 고교평준화가 될 것이 명확하다.

고교평준화를 위해선 전교생 누구나 자신이 원하면 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학생들이 등하교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방지한 후에 해야 할 것임에도 전국 어느 곳에서도 등하교에 불편을 격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녀차별 없는 평준화, 등교시간이 동일한 평준화, 교육여건이 동일한 평준화, 인문계와 실업계를 차별하지 않는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은 평준화는 그저 이상을 외치는 어른들에 의해 아이들을 '사지의 늪'으로 밀어 넣는 것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고교평준화를 위해 제천시내 전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교실에서 인터넷방송으로 수업을 하고, 각 학교에는 수업시간을 지키게 하기 위한 최소의 교사만 보내는 방식의 IT강국 대한민국 교육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업 방식을 채택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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