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충북지역 6.13지방선거 후보 공천과정의 파열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무원칙, 무기준의 정당공천이 급기야 ‘사천’이니 ‘공천폭거’이니 하는 말까지 나왔다.

공천이란 본래 정당이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 제헌의회와 제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선 정당공천제가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1954년 자유당이 20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3대 총선거를 앞두고 181명의 공인후보자를 선정 발표했고, 당 차원의 선거지원을 추진한 결과 의원정수의 56.2%에 해당하는 무려 114명을 당선시켜 무소속 67명, 민주민국당 1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오늘날 공천제의 효시가 됐다.

대선, 총선, 지선 등 공직선거 입후보자가 반드시 공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서 무소속 출마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불복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의 공천을 받아 정당 차원의 선거지원을 받을 경우 당선되기 쉽기 때문에 법적요건이 아니더라도 공천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천 과정을 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구체적 절차는 당헌당규로 정하도록 돼 있어서 공천 방법은 정당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정당들은 당선 가능성, 개혁성, 당의 기여도 등의 공천심사기준을 정하고 공천심사위원회(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비공개 심사과정을 거쳐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다.

그래서 ‘하향식 밀실공천’이란 지적이 선거 때마다 끊이지 않고, 여러 부작용을 낳아 선거 때마다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연유로 ‘상향식 공천제’로 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도 신뢰성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공직선거법위반 논란에 휘말린 보은군수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가 재심요청이 받아들여져 재공천하는 해프닝을 낳았다.

심지어 청주·충주시장예비후보의 ‘미투 의혹’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가 논란이 되려하자 예비후보 스스로가 신변정리를 하면서 일단락되기도 했다.

또 광역의원 보은군선거구는 여성후보의 25% 가산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경선에 들어가려다 항의를 받고 단수추천으로 선회는 일까지 생겼다. 이는 복수후보 출마지역의 경우 후보 간 20%이상 격차가 날 경우 ‘전략 공천한다’는 원칙을 무시했다가 발생한 일이다.

청주시의원 한 선거구는 현역의원을 공천심사과정에 배제했다가 항의방문하자 급기야 한선거구에 ‘다번’까지 배정하면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민주당이 높은 당 지지율에 빠져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BL이 공천권을 떡 주무르듯 한다”는 비판 글이 게재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아마도 높은 당 지지율에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란 생각에서 입후보자가 대거 몰리면서 빚어진 일일수도 있다.

여기에 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제천·단양 국회의원선거구 재선을 앞두고 사퇴하면서 ‘나부터 공천(?) 논란’까지 일었다.

이는 자유한국당 충북도당도 마찬가지다. ‘탄핵정당’이란 ‘핸디캡’에 인물난까지 겹치는 내우외환 속에서도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원이 특정지역 인사로 절반 이상이 채워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또 물난리 해외연수 논란 속에 당적이 정리됐던 일부의원들의 복당이 결정되고 공천까지 받으면서 다시금 눈총을 받기도 했다.

중도개혁신당을 표방했던 바른미래당도 예외는 아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복수후보 출마지역은 반드시 경선을 치른다는 공천원칙을 발표했다가 돌연 서류·면접심사만으로 청주시장후보를 단수 추천했다가 번복하면서 혼란을 줬다.

도당위원장이 당직을 유지한 채 이번 선거에 한해서 기초단체장 출마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가 ‘불공정 경선 논란’을 빚기도 했던 바른미래당이다.

이 같은 논란은 도당위원장이 스스로 당직을 정리하고 지방선거에 전력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엔 지역위원장이나 운영위원회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신임 도당위원장을 임명해 재차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관위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선이 아닌 서류·면접심사 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 할 수 있었다면 그 이유를 소상히 밝히고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관위의 공천이 오락가락 할 경우 유권자들이 해당 정당의 후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 하는 것이다. 정당 공천은 본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결정, 추천하는 것이다.

물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도덕성과 인물 됨됨이, 능력을 고루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후보 검증에 엄격해야 할 정당 공관위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나 '한여름 날씨'보다도 더 변덕스러워서야 유권자들이 그런 후보를 신뢰할 수 있겠나 하는 것이다.

정당들은 주변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명확한 공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투명한 공천심사로 흔들림 없는 후보를 낼 때 이 같은 공천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또 유권자들은 그런 정당들이 공천한 후보를 신뢰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정당이라면 결국 유권자는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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