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충북메이커스 데스크칼럼=경철수 기자]신조어 제조기라 불리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민선6기가 본격 시작된 2015년 1월 2일 시무식에서 한 말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에서 착안한 '사즉색충(四卽生忠)'이다.

4% 경제가 충북을 살린다는 결연한 의지로 충북이 전국경제 대비 3%란 굴레에서 벗어나 '4% 충북경제'를 향한 대장정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는 메시지였다.

이를 위해 이 지사는 산업단지 기반조성을 통한 기업투자유치에 ‘올인’ 했고 민선7기 들어 4% 충북경제의 달성이 눈앞에 왔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넘어 5% 도전이란 비전까지 제시했다.

이 지사는 이를 위해 충북수출의 효자종목인 '충북형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도 신경을 써왔다.

그런데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활성화를 앞두고 수도권 규제완화의 신호탄이 될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북의 발등에 당장 불똥이 떨어졌다.

산업자원통상부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일자리 늘리기 사업 일환으로 민·관 합작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구상안이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방균형발전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소식이었기 때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 경북 구미, 경기도 용인시와 이천시가 각각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청주와 천안, 구미를 제외한 수도권이 두 곳이나 포함됐다.

정부는 고용위기에 대응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다음 달까지 확정, 고용창출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국가균형발전 논리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충북도가 최근 방향을 선회했다는 소식을 지역의 한 일간지를 통해 접하게 됐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시를 사실상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입지로 확정하고 이천시와 충북 청주를 삼각축으로 잇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충북도는 SK하이닉스 M15라인 청주공장의 특화된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의 위축을 우려해 이를 보존하는 쪽으로 유치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광주 서구을이 지역구인 민주평화동 천정배 의원은 청주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최적 입지로 지지하는 논평을 냈다.

또 지방분권전국연대는 14개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에게 지역균형발전차원의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공조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특히 천 의원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 추진되는 '강호대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산업입지로 청주를 꼽기도 했다.

그간 KTX세종역 호남 직선화 노선으로 불거진 충북도민 감정을 일시에 해소하는 ‘사이다’ 발언이었다.

모처럼 호남권 의원까지 나서 정부가 SK하이닉스 등과 추진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최적 입지가 청주란 지지발언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런데 '사즉생충'이란 결연한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위기의 국면에 부딪혔다고 곧바로 한발 물러서 '유치'가 아닌 '사수'란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오늘의 충북도이다.

이런 마인드로 4% 충북경제를 넘어 5% 경제 달성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란 말이 있다.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말이다.

길이 보이지 않으면 물러설 것이 아니라 재계 1위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라도 유치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충북이 보여줬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사즉색충'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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