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메이커스 경철수 기자]자천타천 거론되는 국민의힘 충북지사후보 경선주자가 한때 7명 안팎이나 될 정도로 줄을 잇더니 5일 윤갑근 전 충북도당위원장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경대수(중부4군 당협위원장) 전 국회의원까지 신중모드로 전환하면서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수성 입장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충북지사후보가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일찌감치 낙점돼 가는 가운데 대항마로 대두되는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군이 줄을 서는 데는 지난 3.9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접전 끝에 정권교체를 이뤘음에도 적어도 충북에서만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5.55%나 크게 앞선 50.67%의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대구 다음으로 국민의힘 충북지사후보로 나서면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역연고를 빌미로 수도권 낙하산 출마가 북새통을 이루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기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역대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바로 충북의 민심이었듯 충북의 유권자는 ‘국민의힘이 예쁘고 잘해서’가 아니라 마치 일그러진 영웅처럼 자기들만의 리그에 빠져 불공정과 몰상식, 무능한 정권의 민낯을 드러낸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 당선인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말이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윤 당선인의 최대 가치는 바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였다. 아직 윤석열정부는 출범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안정된 국정운영’을 빌미로 '심판이 선수를 차출해 출전시키는 경기‘가 과연 윤 당선이 말하는 공정이고 그가 원하는 일일까 하는 것이다.
김영환 국민의힘 특별고문이 지난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오는 6.1지방선거(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고문은 사전에 충북도를 직접 찾아 도민들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접고 충북지사로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양해 한 번 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미 출마를 선언했던 자신의 정치 고향인 경기도 주민들에게도 공개 사과 한마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자신의 계정 유튜브 ‘김영환TV’를 통해 출마 명분을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의 요청 △윤석열정부의 국정 안정을 위한 지방정부의 정권교체 중요성 △지난 12년간 지켜본 내 고향 충북이 민주정치 진영에서 안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바뀔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접고, 선회하게 됐다고 밝힌 게 전부이다.
여기서 그는 당원들의 권유와 무엇보다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의 경선 참여 요청 때문에 결심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3명의 국회의원은 바로 보은·옥천·영동·괴산 동남4군이 지역구이자 국민의힘 동남4군당협위원장인 박덕흠 국회의원과 충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종배 국회의원, 제천·단양이 지역구인 엄태영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력 있는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후보를 뽑아 자당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공천권자이기도 하다.
물론 충북지사 후보 공천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중앙당)에서 결정짓는다고 하지만 후보 경선과정에서 당원투표 50%와 국민여론조사 50%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짓는 상황에서 지역당 조직을 맡고 있는 해당 당협위원장의 권한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로 치면 심판이 선수를 차출해 경기에 내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 고문은 괴산 출신이지만 경기 안산시에서 민주진영 후보로 15·16·18·19대 4선 국회의원에 과학기술부장관 등을 지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등 세 당의 최고위원을 거쳐 '국민통합'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고문을 맡았다.
여기서 순혈주의를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늘 고향발전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수도권 의원으로 한때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지역의 목소리에 고춧가루를 뿌리며 ‘수도권규제 완화’를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를 국민의힘 청주지역 당원 수를 앞서는 충북 동남4군과 충주, 제천·단양의 조직위원장이자 당협위원장이며, 현직 국회의원들이 모셔온다는 것은 이미 충북지사후보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충북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쾌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김 고문에 비하면 대선 지원유세에 제천의 딸을 자임해 고향부터 찾아 인사한 서울 서초갑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이혜훈 전 의원은 양반이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시작부터 불공한 게임을 바라보는 토박이 정치인 박경국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4선의 오제세 전 국회의원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윤석열정부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심판의 선수 차출 정치'에 실망한 충북도민들의 역풍이 불까 우려된다.
충북도민은 민주정부에 모든 것을 몰아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학습효과를 이미 뼈저리게 느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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