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경철수 충북메이커스 편집장

[충북메이커스 오피니언 경철수 기자]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선거 때가 되면 충북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자주 받는 자료가 있었다. 철저한 선거관리로 맑고 깨끗한 공명선거를 하겠다는 일종의 다짐 섞인 자료였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이런 다짐성 보도자료 보다는 만 18세 새내기 투표권자에 대한 유권자교육 계획이나 잦은 선거 때문인지 선거일정 또는 피선거권자에 대한 교육 일정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전부가 됐다.

2022년은 대통령선거에 국회의원 재선거, 지방선거까지 ‘선거의 해’라고 할 정도로 선거가 잇따라 치러진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4~5일 사전투표까지 감안하면 9일 치러진 대선과 재선거는 사흘에 걸친 투표가 이뤄졌다.

이번 선거에선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등으로 전국적으로 30만표에 달하는 적잖은 사표가 발생했다. 헌법이 보장한 유권자의 권리가 예기치 않은 후보 단일화로 죽은 표가 된 것이다. 정책연대나 국민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후보 단일화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런 사전투표(우편·부재자·재외국인투표 포함)를 통해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의 권리가 사장되지 않도록 앞으로 피선거권자들은 선거 일정에 대한 숙고를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진퇴를 결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충북메이커스는 이번 선거기간 적잖은 제보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지지하는 2번 후보 기표란에 기표를 하면 잘 찍히지 않고 2분의 1, 또는 4분의 1, 심지어 흔적만 남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조작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두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하면 기표 도장이 불량이라거나 인주가 문제인듯 하니 투표소 참관인에게 얘기해 보라고 할 텐데 복수 이상의 제보자가 같은 주장을 하니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확인 결과 제보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정확히 기표가 되지 않고 흔적만 남아도 유효표로 인정한다는 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이었다.

또다른 제보자는 자신이 투표한 투표소 관리감독관이 사인을 찍어야 하는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해 준 도장을 투표용지에 찍어 ‘선거결과 조작’ 등 부정선거 개연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공직선거법상 투표소 관리감독관의 사인(개인도장)을 찍는 것은 맞지만 관할 투표소까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중앙선관위에서 그동안 일괄적으로 제작한 사인을 공식 투표시간동안만 사용하고 반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제보자는 반납된 사인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선관위 관계자로 인해 특정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투표용지 교체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전국 공통이고 사인 규정을 들어 지극히 개인적인 도장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더 부정의 소지가 있어 이렇게 관리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제보 전화로 투표일 내내 선관위 확인 취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도 기사 한 줄 송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기자에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됐다.

이날의 일정은 다음날 새벽 4시 30분까지 박빙의 개표 방송을 보고 기사를 송고(웹출판) 하고서야 마칠 수 있었다.

잠결에도 가시지 않았던 생각은 ‘코로나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을 일으켰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얼마나 신뢰를 잃었으면 유권자들이 이렇게까지 부정선거를 의심하고 믿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생명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러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처럼 유권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구성과 관련해 어떤 인사가 참여할 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 정권교체가 현실화 된 만큼 윤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해 원전국가 부활, 여가부 폐지 여부, 여소여대 정국에서의 공동정부 수립과 국민통합정부 구성 등도 회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의 우선순위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공동정부 수립과 협치를 통한 국민통합정부 구성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거론된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자는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6.1지방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급히 체제 정비를 통해 국민신뢰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의 하나인 투표권 행사와 관련해 누가 당선돼도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불복하는 매우 나쁜 일례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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