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편집장
경철수 편집장

[충북메이커스 경철수 기자]불가에서 우리가 짓는 업 10가지 중 입으로 짓는 게 무려 4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예불을 드리기 전에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하고 시작한다.

입으로 지은 죄를 먼저 소멸해 달라는 진언이라고 한다.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설화에 시달리는 정치인들이 너무도 많다.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한 때 언론을 등졌던 윤석렬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지지하려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려 한다’는 친일파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김영환 충북지사까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이범석 청주시장까지 가세해 지난 5일 오송 철도클러스터 국가산단 성공 추진을 위한 협력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오송역’의 ‘청주오송역’ 명칭 개명 추진 협조를 구하는 자리에서 이를 반대하는 일부 오송 주민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해 공개사과까지 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앙에서도 국민의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들이 쌀 소비를 위한 ‘밥 한 공기 다 먹기’와 ‘제주 4.3사건 폄훼’ 발언 논란 등으로 출범 한 달여를 맞는 김기현 당대표가 공개사과와 윤리위 회부 가능성을 내비치며 입단속을 시키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들 모두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나름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와전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원주의 사회에서 이들의 생각도 어쩌면 존중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국격에 맞게 또는 듣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게 신중을 기하는 ‘정치인의 품격’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일례로 김영환 충북지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과정에서 더욱 공고해 진 북한-중국-러시아의 삼각편대와 북의 핵무장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외교를 무시할 수 없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통큰 (구국의)결단에 함께 해달라는 호소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된다.

물론 이 조차도 정부의 강제동원 3자 배상안과 맞물린 굴욕외교로 비판받고 있지만 적어도 집권여당 출신의 충북지사가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지지하는 발언치고는 설화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청주 오송역’ 명칭 개명을 반대하는 소수의 오송주민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표현한 것도 광화문 '태극기 시위대'를 '살인자'로 표현했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과 오버랩 된다.

정치인이 해선 안 될 발언 중 자신의 시책과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이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그들도 존중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자 청주시민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조차도 환영하지 않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국회 다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되자, 이를 거들며 ‘쌀 소비 운동’ 일환으로 한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전에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학교를 갈 경우 오히려 제대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하는 두뇌 회전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아침밥 먹기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었다.

조 최고위도 다이어트 하느라 탄수화물 섭취를 꺼리는 여성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발언이 듣기에 따라 여성폄훼 발언 등으로 들렸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 의도는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부적절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아닐까 싶다.

‘입 살이 보살’이란 말이 있다 말 한 마디에 ‘죽음도 면할 수 있고, 천냥 빚도 갚을 수 있다’는 등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 말이다.

부디 정치인들이 이 같은 말을 잊지 말고 말 한마에도 신중을 기해 상처받는 이들이 없었으면 한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이다.

저작권자 © 충북메이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